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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추트레인' 추신수, 전반기 부진 극복하고 텍사스 우승 이끌어

중앙일보

입력

'추추트레인' 추신수(33·텍사스 레인저스)가 신나게 달리고 있다. 덕분에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2위(13일 현재)인 레인저스(74승67패)도 지구 선두 휴스턴 애스트로스(76승66패)를 1.5경기 차로 추격하고 있다. 최근 2번 타순에 나서고 있는 추신수는 후반기 48경기에서 타율 0.315, 홈런 6개, 출루율 0.434를 기록 중이다.

두 달 전까지 그가 이렇게 살아날 것이라고 상상할 수 없었다. 지난 7월까지 추신수는 최악의 부진을 겪었다. 4월 말에는 메이저리그 전체 선수 중 최저 타율(0.096)을 기록했고, 6월 11일 제프 배니스터(50) 레인저스 감독과 수비 문제를 놓고 언쟁을 벌였다. 야구 인생을 통틀어 가장 밑바닥까지 추락했던 그는 어떻게 반등할 수 있었을까. 지난 5일 LA 원정에 나선 추신수를 에인절스타디움에서 만났다.

-전반기 부진을 어떻게 이겨냈나.

"살다 보면 아무리 노력해도 뜻대로 되지 않는 일이 있다. 항상, 모든 걸 잘할 순 없다. 그걸 인정하는 게 (슬럼프 탈출의) 시작이었다. 야구도 내 맘대로 되지 않는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후반기 들어 놀라울 만큼 잘 때리고 있다.

"라인드라이브가 많아졌다. 타구의 질이 좋아졌다는 의미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바깥쪽 공을 받아쳐 안타를 만들고 있는 건 예전의 내 타격이 돌아오고 있다는 걸 뜻한다. 시즌 초반에는 볼에 방망이가 많이 나갔지만 최근엔 집중력을 높이고 있다."

-'출루머신'의 명성도 회복하고 있다.

"타격 밸런스가 무너진 상태에서 나쁜 볼에 방망이가 나가면 안타를 만들어 낼 수 없다. 유인구에 속지 않는 게 중요하다. 그러면 볼넷을 얻는다. 가끔 몸에 맞기도 한다. 팀을 위해 출루하는 게 나의 임무다."

전반기 추신수의 부진은 심리적 문제였다. 타순이 수시로 바뀌었고, 심판의 오심까지 자주 나오면서 그를 흔들었다. 지난 4일 ESPN 보도에 따르면 올 시즌 추신수 타석 때 볼이 스트라이크로 판정된 비율은 11.8%였다. 이는 메이저리그 전체 9위에 해당할 만큼 높은 오심률이다. 여러 문제들이 한꺼번에 덮쳤지만 그는 엉킨 실타래를 하나씩 풀어냈다. 타석에서 나쁜 볼을 골라내는 것부터 시작한 것이다. 상대와 싸우기에 앞서 자신과의 싸움에 몰두했다.

-야구가 새삼 어렵게 느껴졌겠다.

"준비를 철저히 했는데도 안 될 때가 있다. 게다가 난 (라인드라이브 타자이기 때문에) 빗맞은 안타도 거의 안 나온다. 오히려 잘 맞은 타구가 잡힐 때가 많다. 아쉽기도 하고, 화도 나지만 그래도 기다렸다. 다음 기회엔 안타가 나오고, 홈런을 칠 수 있다고 믿었다. 시간이 흐르니 그렇게 되고 있다. 노력하면 언젠간 대가가 찾아온다."

-어느새 고참 선수가 됐다.

"젊을 때는 파워를 늘리는 운동을 많이 했다. 지금은 컨디션을 유지하며 지구력을 키우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또 신인선수나 이적선수를 챙겨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야구가 기록경기지만 본질적으로는 팀 경기라는 걸 날이 갈수록 느끼고 있다."

-텍사스가 가을 야구를 할 것 같은가.

"우리는 플레이오프 진출을 위해 하루하루 힘든 경기를 펼치고 있다. 지난 2013년 신시내티 레즈에서 뛸 때 가을야구 문턱을 넘지 못한 적이 있다. 당시 피츠버그 파이리츠와의 단판승부(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패하며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평생 한 번 찾아올까말까 하는 기회를 너무나 아쉽게 놓쳤다. 올해는 팀이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레인저스는 한 번도 월드시리즈 우승을 하지 못했다. 올해 포스트시즌에서 주인공이 되고 싶다."

2013년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추신수가 홈런을 때렸으나 신시내티는 2-6으로 졌다. 그가 "야구인생에서 가장 아쉬운 순간"이라고 말했던 경기였다. 추신수가 전반기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서, 또 배니스터 감독과의 불화를 극복하기 위해서 플레이오프 진출은 더욱 중요하다.

-인생에서 가장 잘한 일은 뭔가.

"물론 야구선수가 된 것이 가장 잘한 선택이다. 그러나 언제까지 야구를 할 순 없다. 그렇게 보면 가장 잘한 선택은 아내를 만난 것이다. 아이 셋을 키우면서 나까지 챙겨주는 아내의 마음씨는 감동적이고 존경스럽다. 야구선수이기 때문에 난 아빠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 그걸 아내가 다 해낸다. 돈 많이 버는 메이저리거(추신수는 2014년부터 7년 총액 1억 3700만 달러, 약 1600억원에 텍사스와 계약했다)의 아내는 화려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소박하고 내조 잘하는 아내다."

추신수는 지난달 20일 인터뷰에서 아내로부터 받은 조언을 소개했다. 그가 슬럼프에 빠져 있을 때 아내 하원미(33)씨는 "인생은 건물과 같다. 모래 위에 건물을 세우거나 높게만 건물을 짓는다면 무너진다. 당신은 (마이너리그에서 고생하며) 강한 건물을 세웠으니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며 남편을 응원했다.

-1999·2000년 대통령배 고교야구대회(중앙일보 주최)에서 2년 연속 최우수선수상을 받았다.

"야구를 하면서 많은 상을 받았지만 두 차례 MVP에 오른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 특히 부산고 2학년 때 MVP를 받았을 때 선배들에게 미안했던 기억이 난다."

-올해 피츠버그 강정호(28)가 메이저리그에서 맹활약하고 있고, 박병호(29·넥센)도 미국 무대 도전을 앞두고 있다.

"새로운 세계에 도전하는 건 쉽게 찾아오는 기회가 아니다. 기회가 왔을 때 잡아야 한다. 시련과 고난이 있겠지만 그걸 극복하면 보상을 받을 수 있다. 강정호 선수가 메이저리그에 빠르게 적응하고 있어 매우 기쁘다. 선배로서 참 자랑스럽다. 박병호 선수뿐 아니라 한국 선수들의 미국 진출을 적극 환영한다. 그러나 그만한 실력을 갖춰야 하고 준비를 잘해야 한다. 팀에 꼭 필요한 선수가 돼야 한다. 그리고, 미국에서 뛰더라도 대한민국을 대표해 뛰는 선수라는 걸 명심해야 한다."

LA=김윤수 조인스아메리카 기자, 김식 기자 kim.yunsoo@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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