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얼마나 많은 아일린 나와야 이 비극 끝날까요”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444호 11면

요르단 자으타리에 건설된 시리아 난민캠프에선 시리아 어린이들이 제대로 된 교실이 없어 땅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불편하게 공부하고 있다.

▶ 2면에서 이어집니다


캠프에서 만난 시리아 난민들은 놀랍게도 아일란에게 생긴 일을 부러워하고 있다. 난민들은 아일란의 아빠가 용감해서 지중해를 건너 유럽으로 가려고 했다고 생각하고 있다. 시리아를 탈출해 인접국에 설치된 캠프에서 사는 난민들 다수는 자신들을 이미 죽은 목숨으로 여긴다. 절망적인 체념이 이들을 압도하고 있다. 매일 죽음을 맛보는 이들에게 유럽행 시도는 마지막 희망이다.


 난민들은 아일란의 사진 한 장이 불을 지펴 국제사회가 시리아 난민의 극한적 위기 상황에 눈을 떴다는 사실을 반갑게 여긴다. 수많은 시리아 난민들에게 희망을 가져다주는 계기가 됐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이들은 의문을 던지고 있다. “서구 사회가 시리아 문제 해결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려면 도대체 얼마나 많은 시리아 어린이의 죽어가는 사진이 필요한 것인가.”


 이런 질문을 던지는 이유가 있다. 이전에도 시리아인들에게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했고 외부 세계는 반짝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고통을 함께해 줄 듯하던 국제사회 여론은 금방 식어버렸다. 13세 시리아 소년 함자 알카티브는 2011년 4월 가족과 함께 반정부 시위에 참여했다 한 달 뒤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시리아 정부군은 이 아이를 고문하고 온갖 만행을 저질렀다. 당시 모든 소셜 미디어 등 언론이 떠들썩하게 보도했지만 아무것도 변한 게 없다. 그리고 ‘함자의 비극’은 조용히 잊혀졌다. 시리아 어린이 사미르 앗샤르이도 심한 고문을 받고 죽임을 당했다. 정부군은 화학무기도 사용했다. 이 모든 비극적 소식을 접한 지구촌은 잠시 놀랐지만 곧 잊어버렸다.


 지금도 비슷한 일들이 매일같이 벌어지는데도 시리아 내전을 중단하기 위해 국제사회는 실질적인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고 난민들은 비판한다. 캠프에서 만난 한 난민은 “국제사회에 대한 믿음을 잃었다”고 말했다. 그는 “국제사회가 시리아 내전이 해결되는 것을 절대로 원치 않는다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세계의 지도자들이 무능력하다”고 말하는 난민도 적지 않다.


 이처럼 불신감이 팽배한 이유는 시리아 사태의 근본 원인을 찾아 해결하려는 행동이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근본적인 해법은 시리아인들에게 안정적이고 평화로운 일상을 되찾아주는 것이다.


 시리아 사태의 주원인은 IS 같은 무장단체가 아니라 독재자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다. 알아사드 때문에 미국이 테러리스트라고 부르는 IS 같은 집단이 생겨났다.


 알아사드와 같은 시아파인 이란 정부는 시리아의 수니파가 살던 집에 이란의 시아파를 이주시켰고 알아사드는 그들에게 시리아 국적을 부여했다. 외부 세계는 이런 사실을 잘 모른다고 시리아 난민들은 호소하고 있다. 지금 시리아 국경 밖으로 내몰린 난민은 400만 명이나 된다. 이들은 대부분 수니파다. 난민들은 시아파가 차지한 자신의 집을 보면 반드시 복수하려 할 것이다.


 이처럼 시리아의 수니파 민간인들이 탄압과 박해를 받는 동안 미국과 유럽, 그리고 아랍의 미국 동맹국들은 IS와의 전쟁에 몰두했다. 사태의 주원인 제공자인 알아사드를 잊고 있다. 영어권 뉴스를 보면 대부분 IS와 그들의 위험성과 파괴력, 세력 확장에 관한 것이 대부분이지 알아사드에 대한 비판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런 알아사드 정권을 돕기 위해 러시아는 최근 시리아로 전투 병력을 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등 강대국 지도자들은 시리아 내전을 종식하기 위해 그들이 강조해온 인권과 민주주의라는 도덕적 가치를 위해 신속하고, 실질적이고, 효과적으로 행동해야 한다고 난민들은 부르짖고 있다.


 현장에서 난민들을 만나면서 그들이 지금 가장 절실히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확인할 수 있었다. 그들의 마음속 상처를 치유해줄 근본적인 수술이 필요하다. 시리아인들에게 희망과 미래를 되찾아주는 것이다. 그것이 아일란에게 진 마음의 부채를 조금이라도 덜어주는 출발점이다.


압둘와합 알무함마드 아가 시리아 라카 출생. 다마스쿠스대 법대 졸업. 변호사. 2009년부터 동국대(법학) 박사과정 재학 중. 중앙SUNDAY 글로벌 인턴.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