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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진의 부동산 맥짚기] 민간 임대주택 늘린다고 전·월세 문제 해결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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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최영진
부동산전문기자

신혼집 수요가 폭주하는 가을철 전세시장이 심상치 않다. 높은 전셋값은 그렇다 치고 전셋집 자체가 없어 야단이다. 주요지역의 부동산중개업소에는 전셋집을 찾아달라는 수요가 쇄도한다. 전세 수요자가 아예 선금을 중개업소에 맡겨놓는 일까지 벌어진다.

 어렵사리 나온 전셋집도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거의 매매가 수준이다. 전셋값은 2008년 이후 꾸준히 올랐다. 주택 공급량 감소에다 구매수요의 전세 전환 현상이 벌어진 탓이다. 지난해와 올해는 공급량도 대폭 늘었고 주택 구매수요 또한 크게 불어났는데도 전셋값은 더 올랐다. 전세를 월셋집으로 돌린 집 주인이 많아져서 그렇다. 서울이 더욱 심하다. 2013년 57.2% 수준이었던 전세 대비 월세 거래량은 지난해 56.9%로 높아졌고 올해 9월 현재 69.4%로 급증했다. 월세비율이 전세량의 70%선까지 도달했다는 얘기다. 2020년쯤 되면 오히려 월세가 전세를 초월할지 모른다. 전세 위주였던 아파트도 월세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는 분위기다. 2013년 전세 대비 월세 거래량은 29.6%에 불과했으나 올해 46%로 증가했다. 월세가 전세의 약 절반 수준이다. 상황이 이럴진대 전셋집 구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가 아니겠나. 서울 반포의 한 중개업소에는 전셋집을 구해달라는 사람이 10여 명 대기할 정도다.

 전세파동의 주범은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다. 앞뒤 사정 안 보고 한꺼번에 재건축을 허용하는 바람에 사달이 난 것이다. 서울시 자료에 따르면 강남권에서 올해 하반기 재건축으로 이주를 해야 하는 숫자는 9800여 가구인데 반해 새로 공급된 주택은 4700여 가구여서 숫자상으로 봐도 5100여 가구가 모자란다. 전셋집 부족현상은 전세가격 상승을 불러왔다. 국민은행이 조사한 올 8월 전국의 아파트 평균 전세가는 매매가 대비 70.9%선 까지 올랐다. 서울의 성북구는 80%를 넘었고 일부 아파트는 매매가 수준이다. 

 전셋값도 비싸고 집도 없다. 전세 수요자는 집을 사든지 아니면 월세를 선택해야 할 입장이다. 주거비용을 따져볼 때 월세가 전세보다 불리하지만 어쩔 수 없다. 전세금을 대출로 충당하더라도 연이자가 2~3%대이지만 월세는 5~6% 수준이다. 

 전세문제가 심각해지자 정부는 월세주택 지원을 통해 해결하려는 것 같다. 민간임대주택사업 촉진에도 지원을 아끼지 않을 모양이다. 여유 계층이 주택을 많이 사서 임대주택으로 내놓으면 전·월세값이 떨어질 것으로 생각해서다. 정말 그렇게 될까. 민간 임대주택시장이 커지면 오히려 월세는 올라갈 확률이 높다. 자본이 주택시장을 지배하면 자연적으로 그렇게 돌아간다.

 그래서 민간 임대시장 활성화보다 공공임대주택을 대폭 늘리는 게 우선 과제다. 지금 5.5%에 불과한 공공임대주택 비율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치인 11% 선까지 올려 놓는 게 급하다. 아무튼 월세시장이 보편화하면 무주택자의 주거비용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최영진 부동산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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