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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공 상담소] 공부 안 하는 자녀 어떻게 할까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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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소리 효과 없어요
잘하는 과목 칭찬해
성취감 느끼게 하세요

자녀 성적 올리기. 대부분 학부모가 공통으로 고민하는 주제입니다. 방학 내내 책상보다 TV나 컴퓨터 앞에 자주 앉아 있는 자녀와 한바탕 전쟁을 치른 엄마들도 많을 겁니다. 공부 안 하고 놀기만 좋아하는 아이를 어떻게 하면 책상 앞에 앉힐 수 있을까요. 학부모들의 고민에 대한 답을 찾아봤습니다.

Q. 특목고 가겠다 장담하더니 게임만 하네요

둘째 아들이 중2입니다. 친하게 지냈던 사촌이 특목고에 들어간 후에는 입버릇처럼 자기도 특목고에 가겠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말만 그렇게 할 뿐 노력을 전혀 안 합니다. 성적이 특목고에 갈 만큼 잘 나오는 것도 아닙니다. 방학 때 수학 학원을 추가로 다니라고 했더니 “혼자 할 수 있다”더군요. 그렇게 자신 있게 얘기한 게 처음이라 그 말을 철석같이 믿은 게 저의 실수였습니다. 방학의 절반을 자기 방에서 컴퓨터 게임하면서 보냈으니 말입니다. 컴퓨터를 거실에 옮겨놨더니 “스트레스 푸는 것도 이해 못 해주느냐”며 화를 냅니다. 목표만 있고 노력은 안 하는 아들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김모씨·49·서울 목동)

Q. 딴짓 안 하고 성실한데 왜 성적이 안오르죠

성적이 오르지 않아 고민입니다. 아이는 올해 고등학교에 들어갔습니다. 사실 초등학교 때까지는 성적이 곧잘 나왔습니다. 여자아이라 그런지 시키는 걸 성실하게 잘해냈습니다. 중학교 때까지는 중상위권 성적을 유지했는데 고등학교에 올라간 뒤부터 중하위권에 머물러 있습니다. 성실한 편이라 학원도 안 빠지고 학교나 학원에서 내주는 숙제도 꼬박꼬박 잘해갑니다. 아무리 살펴봐도 딴짓하는 것 같지는 않은데, 왜 성적이 오르지 않는지 모르겠습니다. 아이가 공부를 안 하는 건 아니라서 잔소리를 할 수도 없습니다. 여러 가지로 답답합니다. 성적을 올릴 방법이 궁금합니다. (엄모씨·50·서울 가락동)

 
A. 다그친다고 진짜 공부하는 아이 없어
학교 투어나 멘토 만들기로 동기부여
무작정 시간만 때우는지 공부법도 봐야

평생 자녀에게 잔소리 한 번 안 하는 부모는 없을 겁니다. 하지만 학부모들이 가장 먼저 알아야 할 게 있습니다. 부모가 ‘공부하라’고 다그칠 때 진짜로 공부하는 학생은 없다는 걸 말입니다. 공부하는 척하면서 딴짓하거나 머릿속으로 딴 생각하는 아이가 대부분입니다.

부모가 나서서 자녀와 적이 될 필요는 없습니다. 강도 높은 잔소리는 아이의 스트레스 지수를 높이고 부모와의 관계를 망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실제로 교육업체 진학사가 지난 5월 고등학생 48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부모에게 일방적으로 잔소리를 들을 때’ ‘부모와 대화나 소통이 안 될 때’ 스트레스가 높다는 경우가 가장 많았습니다. 잔소리는 학교 교사나 학원 강사, 자녀에게 영향을 끼치는 사람에게 맡기고, 부모는 칭찬하고 위로하는 역할에 집중하는 게 필요합니다.

아이가 공부하게 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동기부여입니다. 첫 번째 사례자 자녀처럼 ‘특목고에 가겠다’는 목표가 있는 게 좋다는 얘깁니다. 이럴 때는 막연한 목표를 좀 더 구체화 시킬 수 있는 멘토를 만들어 주는 게 좋습니다. 특목고에 다니고 있는 사촌이 좋은 멘토가 될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멘토를 활용해 특목고에 가려면 뭐가 필요한지,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알려주고 부모가 함께 로드맵을 짜야 합니다. 특목고 설명회 때 종종 이뤄지는 학교 투어에 함께 참여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해 알려줄 필요가 있습니다.

두 번째 사례자 자녀는 학교 수업에 집중하는지 알아봐야 합니다. 교과서 등에 필기를 성실하게 하는지 검토해보면 됩니다. 학교 수업도 문제가 없다면 집중력과 메타인지 능력을 기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공부를 잘해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모르는 내용은 넘어가고 아는 내용만 여러 번 반복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공부에 투자하는 시간에 비해 성적은 나쁠 수밖에 없습니다.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구분할 줄 알고, 확실히 이해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반복해 공부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또 공부한 내용의 핵심을 파악하고 단순화하는 작업을 해야 합니다. 자신이 뭐를 공부하고 있는지 인식하게 돼 메타인지 능력을 올릴 수 있습니다. 아이와 관계가 좋다면 부모가 옆에서 도와줄 수 있습니다. 시험 기간에 문제를 내주거나 아이가 공부한 내용을 빈 종이에 써보게 하는 겁니다.

또 중요한 건 성취감을 느끼게 해주고 자신감을 심어주는 겁니다. 많은 학부모는 자녀가 못하는 과목부터 성적을 올리려고 애를 쓰는데, 이보다는 아이가 흥미를 갖고 재미있어하는 과목부터 최상위권으로 만드는 게 좋습니다. 집중할 과목은 부모 혼자 판단으로 정하지 말고 자녀 성적을 살핀 후 아이의 흥미와 성향 등에 대해 충분한 대화를 해야 합니다. 아이가 좋아하는 과목이 전 과목 중에서 성적을 올리기 가장 쉽기 때문입니다. 한 과목을 최상위권으로 만든 후에 다른 과목도 하나씩 공략하면 됩니다. 아이 마음속에 생긴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목표를 이뤘다’는 성취감이 자녀를 책상 앞으로 이끌 겁니다.

도움말: 안광복 중동고 교사, 전상현 스터디앤가이드 대표, 『공부공감』 저자 서형일씨.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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