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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면 보이나니' 원전 화첩 『석농화원』 번역본 나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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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만큼 보인다’를 인구에 회자시킨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의 저자 유홍준(66) 명지대 석좌교수는 이 명문의 영감을 어디서 얻었을까. 유 교수는 ‘내 마음의 명문장’이란 글(본지 2014년 1월 4일 19면)에서 그 전모를 밝혔다.

“뜻밖에도 서울 인사동 화봉갤러리에서 열린 고서 경매에 『석농화원(石農畵苑)』 목록집이 출품됐다.”

유 교수는 조선시대 화론(畵論)을 연구하며 문인 유한준(1732~1811)이 석농(石農) 김광국(1727~97)의 소장품에 부친 한마디, "알게 되면 참으로 사랑하게 되고, 사랑하게 되면 참으로 보게 되고, 볼 줄 알면 모으게 되니"에 매료되었다. 답사기를 출간하며 인용하고 싶었으나 규장각에서 복사해 온 그 원문을 찾을 수 없었다. 기억을 더듬어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라고 인용했으나 늘 마음이 찜찜했다. 그 원저의 육필본을 30여 년 만에 직접 보게 된 유 교수는 “세상을 풍요롭게 하는 데 이바지한 석농의 삶은 한국문화사의 위인으로 기려 부족함이 없을 것”이라고 감격했다.

『김광국의 석농화원』(눌와 펴냄)은 이런 인연으로 유홍준·김채식(성균관대 대동문화연구원 거점번역팀 책임연구원) 공동 번역으로 1년 9개월 여 만에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원문과 함께 번역본을 싣고 육필본을 영인한 외에 수록 작품을 도판으로 실어 일반 독자나 연구자 누구나 손쉽게 읽을 수 있게 되었다. 뛰어난 화론과 엄청난 양의 회화비평 사례를 담고 있어 조선시대 회화사에서 전설이 된 화첩이 새 목숨을 얻게 된 것이다.

유교수와 김 연구원은 이 책이 “조선시대 회화사의 내용을 더욱 풍요롭게 하고, 우리 옛 그림에 대한 스토리텔링의 유익한 자료로 활용되기를” 바라고 있다. 아울러 『석농화원』 화첩에서 낙질(落帙)된 작품이 하나씩 드러나 빈 칸으로 남아있는 도판 자리가 채워지기를 희망했다.

정재숙 문화전문기자 johan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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