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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집권 체제 갖춘 아베, 강공 드라이브 이어가나

중앙일보

입력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8일 임기 3년의 집권 자민당 총재에 연임됐다. 자민당은 이날 총재 선거를 공시하고 20일 투ㆍ개표를 실시할 예정이었으나 다른 입후보자가 없어 아베 총리가 투표 없이 총재에 당선됐다. 자민당 총재의 무투표 당선은 모두 7명으로, 2001년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 이래 14년만이다.

출마에 의욕을 보여온 노다 세이코(野田聖子) 전 자민당 총무회장은 입후보에 필요한 의원 20명의 추천을 확보하지 못해 출마를 단념했다. 아베 총리는 첫 집권 직후인 2006년 10월 자민당 총재로 취임해 1년 가량 자리를 지켰으며 2012년 9월 다시 총재를 맡았다.

이로써 아베 총리는 중의원 해산에 따른 총선에서 자민ㆍ공명당의 연립여당이 과반을 확보하지 못하는 한 2018년 9월까지 재임할 수 있게 됐다. 앞으로 3년 더 총리를 할 경우 재임 기간은 1차 내각(2006년 9월∼2007년 9월)을 합쳐 약 6년9개월이다. 그럴 경우 고이즈미 전 총리의 재임 기간 1980일을 돌파하며 사토 에이사쿠(佐藤榮作) 전 총리(2798일)와 요시다 시게루(吉田茂) 전 총리(2616일)에 이어 전후 세 번째 장수 총리가 된다.

아베 총리의 무투표 총재 당선은 일본 정치의 아베 1강(强) 체제를 상징한다. 자민당의 7개 전 파벌은 일찌감치 아베 지지를 선언해 대항마 출현 자체를 봉쇄했다. 총재 선거가 실시되면 정책 논쟁으로 참의원에서 심의 중인 안보법안 성립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점이 고려됐다고 한다. 야당은 “아베 총리 이외의 의견은 없다“(민주당), “파벌 단속은 과거 어두운 파벌정치로 돌아간 이미지“(유신당)라고 비판하지만 존재감은 미미하다. 일본 전후 정치에서 아베 총리처럼 견고한 기반을 갖춘 정치 지도자는 드물다. 2000년대 중반 1년에 1명꼴로 총리가 바뀐 ‘리더십 적자’를 완전히 털어낸 셈이다.

아베 총리는 10월에 개각과 당 인사를 단행한다. 일단 최대 숙원인 안보법안 처리에 전력을 기울일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이날 기자들에게 “아직 중요한 법안이 남아 있다“며 ”일치단결해서 임하겠다“고 강조했다. 자민ㆍ공명당 연립정권은 여론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17일께 참의원 표결을 통해 법안을 통과시킬 방침이다. 금융완화와 재정지출 확대에 이은 구조개혁으로 경제정책인 아베노믹스를 본궤도에 올리려는 노력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장기 집권은 아베노믹스의 성공 여부에 달려 있기도 하다. 아베 총리는 ”아베노믹스는 아직 목표가 달성되지 않았다. 전국 방방곡곡에 경기회복의 선순환을 가져오도록 하겠다“며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책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개헌에 팔을 걷어부칠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반대 여론이 만만찮기 때문이다.
외교 정책 기조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지만 한일 관계에는 보다 적극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 10월말~11월초 서울에서 열리는 한중일 3국 정상회의에선 한일 정상회담이 별도로 열릴 것이 확실하다. 아베 총리는 지난 4일 TV에 나와 한일 정상회담을 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한일 정상회담이 개최되면 박근혜 정부와 아베 내각 출범 이후 처음이다.

다만 이 회담에서 우리 정부가 조기 해결을 촉구하고 있는 위안부 문제가 타결될지는 확실치 않다는 분석이 적잖다. 소에야 요시히데(添谷芳秀) 게이오대 교수는 “현재로선 한일 정상회담이 이뤄져도 정치적 돌파구나 드라마틱한 변화는 없을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정상회담이 열리면 양국 관료들이 움직이기 쉬운 만큼 실무회담이 탄력을 받을 수는 있다“고 말했다.

도쿄=오영환 특파원 hwas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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