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상업용 공여제대혈이 기증제대혈 활성화 방해"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국내 보관돼 있는 공여제대혈 95%는 상업용 제대혈 은행에 보관돼 있어 공공의료에 중점을 둔 기증제대혈 활성화를 방해한다는 정부 연구결과가 뒤늦게 확인됐다.

특히 상업용 제대혈 공여제대혈은 국가에서 체계적으로 관리가 이뤄지지 않아 순수하게 치료목적으로 활용하는 제대혈 이식 외에 세포치료로 유용되거나 공여제대혈 상품화 같은 문제점이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같은 내용은 제대혈 보관이 활성화되기 시작한 2005년 보건복지부에서 제안한 정부중심의 공여제대혈은행 설립을 위해 진행한 ‘공여제대혈은행의 설립·운영체계 모형개발 및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관리체계 개발’보고서에서 확인됐다.

복지부 관리소홀에 제대혈 불법 매매·이식 병의원 적발

보고서에 따르면, 일부 상업용 제대혈은행에서는 제대혈을 의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세포치료에 활용했다가 사회적물의를 일으키거나, 이미 보관중인 공여제대혈이 불법 유출돼 조혈모세포이식을 받아야 하는 환자가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견되기도 했다.

산부인과에서 초음파 검사를 받는 모습 <사진=중앙포토db> 해당 이미지는 기사와 상관없음.

제대혈을 채취·수집하는 과정도 투명하지 못하다는 분석이다.

비교적 제대혈 채취가 쉬운 산부인과에서 출산 때 산모의 동의없이 제대혈을 채취해 상업용 공여제대혈은행으로 보관을 의뢰할 수 있어서다. 연구팀은 이렇게 채취한 제대혈은 어디에서 어떻게 흘러가는지 유통과정을 전혀 알 수 없으며, 공공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특히 제대혈 소유권이 가족에게 있는 가족제대혈이나 국가에서 관리하는 기증제대혈과 달리 민간기업이 확보하고 있는 상업용 공여제대혈은행은 제대혈을 불법적으로 채취·수집한 후 이를 은밀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국가에서 주도적으로 기증제대혈 운영이 필요한 이유다.

이 같은 보고서가 발표된 이후 보건복지부는 2011년 제대혈 관련 법안(제대혈 관리 및 연구에 관한 법률)이 마련했다. 문제는 아직까지 이런 시스템이 제대로 운영·관리되지 않아 여전히 제대혈 관리가 부실하다는 점이다. 기증제대혈 관리도 지지부진하다.

실제 올해 7월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불법적으로 제대혈을 이식한 병의원 15곳과 이를 공급한 제대혈은행을 적발됐다. 국가주도 기증제대혈 관리를 강조하면서 제기됐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난 것. 제대혈은 사고 파는 것 자체가 금지돼 있으며, 제대혈 이식 역시 지정된 의료기관에서만 제한적으로 허용된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환자들에게 피부가 좋아진다거나 당뇨를 낫게해주겠다고 말한 뒤 치료비 명목으로 1000~2500여 만원씩 받고 제대혈을 이식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같은 제대혈 불법 매매 및 이식행위가 만연한 것으로 판단했다.

정부에서도 이 같은 문제점을 이식해 2011년 공여제대혈 프로그램을 운영했던 히스토스템(현 휴코드)의 신규 제대혈 수집을 금지했다. 또 보관기간이 끝난 제대혈을 폐기하도록 명령했다.

하지만 실제 제대혈 폐기는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히스토스템에 제대혈을 보관했던 측에서 제기한 소송에서 서울행정법원은 “제대혈 불법 매매가 이뤄질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판단하기도 했다.

반면 순수하게 제대혈을 기증하는 기증제대혈은행은 예산상의 이유로 축소운영되고 있는 실정이다. 순수 기증제대혈은행으로 출발했던 삼성서울병원 제대혈은행과 연세대학교병원 제대혈은행은 예산상의 이유로 운영을 중단했다. 그나마 서울시 지원을 받는 서울보라매병원 제대혈은행이 간신히 기증제대혈은행으로서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기증·공여 제대혈 60%는 폐기…가족제대혈보다 부적격률 30배 높아

기증·공여 제대혈의 품질도 논란이다. 제대혈은 품질관리가 중요하다. 제대혈을 이식받는 환자의 생명과 직결될 수 있어서다. 만일 국가 제대혈은행 네트워크에 참여한다면 국가 신뢰도와도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

국내에서는 2011년 제대혈 관련 법안을 마련하면서 뒤늦게 정도관리를 시작했다. 제대혈 채취 및 운송, 처리과정, 보관, 보관 전후 검사, 조직적합항원 검사법 등 제대혈 관리에 가장 기초적 사항에 대해서다.

법 시행 이전까지는 제대혈은행마다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제대혈 유효성분을 분리하고 보관했다. 제대혈 품질을 인증하는 공공기관이 없어 제대혈 이식에 충분할 정도로 품질을 담보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일부에서는 법 시행 이전에 등록한 공여제대혈의 40~50%는 제대혈 이식이 힘들 것으로 추정하기도 한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보건복지부는 산모가 기증한 제대혈의 60.7%가 세포수 부족, 바이러스 감염·오염 등의 이유로 폐기되거나 연구용으로 전환됐다고 국회 보건복지위에 보고하기도 했다. 이는 가족(위탁)제대혈의 부적격율 2%보다 30배 많은 수치다.

아기를 출산한 후 잘라낸 탯줄에서 제대혈을 채취하는 모습 <사진=중앙포토db>

일반적으로 제대혈은 어떻게 채취·보관하느냐에 따라 제대혈 품질을 결정한다. 같은 제대혈이라도 건강한 세포가 많을수록 세포 생착률이 높다. 그만큼 품질이 좋다는 의미다.

만일 채취한 제대혈이나 유효성분이 너무 적으면 이식할 때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산모의 혈액과 제대혈이 섞이지 않으면서, 가능한 많은 제대혈을 채취해야 한다.

하지만 일부 제대혈은행은 2011년 7월 이전까지는 제대혈 이식 성공을 나누는 유효성분(CD34 양성세포수·조혈모세포수·세포생존율 등)에 대한 결과를 누락한 채 제대혈을 보관했다.

채취·수집한 제대혈을 보관할 때도 주의해야 한다. 산부인과에서 잘 채취했어도 냉동 보관과정에서 변질될 가능성이 있다. 유효성분을 추출해 냉동보관하는 시간이 늦어질수록 제대혈에 있는 조혈모세포(혈액구성세포를 만드는 어머니 세포)와 간엽줄기세포(신경·뼈·연골 등 장기로 분화가 가능한 세포)를 온전하게 보관하기 힘들다.

제대혈 이식을 위해 해동할 때도 오염될 수 있어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특히 한 번 해동한 제대혈은 다시 냉동해 보관할 수 없어 보관 전후 검사가 중요하다.

기증제대혈 활성화와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한 시점에서 정부가 어떻게 해결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인기기사]

·[9월7일] 바이오주 소폭 하락으로 장 마감 [2015/09/07] 
·“교황님 인천성모병원 문제 좀 해결해주세요” [2015/09/07] 
·체력은 ‘쑥’ 혈압은 ‘뚝’ 텃밭 가꾸는 게 명약 [2015/09/07] 
·삼성, 바이오시밀러 본격 시동…‘브렌시스’ 품목허가 획득 [2015/09/07] 
·국립대병원 상임감사는 정부·여당 낙하산 [2015/09/07]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위 기사는 중앙일보헬스미디어의 제휴기사로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중앙일보헬스미디어에 있습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