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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장품 이웃에 내놓은 아름다운 검찰청 사람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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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죄를 짓기 전에는 만나기 힘든 사람, 검사들과 검찰 직원들이 아름다운 가게를 찾았다. 14일 아름다운 가게 안국점.삼선교점.독립문점 등 세 곳에서 '검찰과 함께하는 아름다운 토요일'행사가 열렸다.

이날 검찰이 기증한 물품은 의류.가방.책 등 생활용품에서 도자기.술에 이르기까지 모두 9천3백여점. 대검찰청.서울고검.서울지검 및 산하 5개 지청.인천지검.수원지검 등에서 모은 물품이다.

검찰 직원들이 나흘 동안 모은 이 기증품들은 검찰 압수물품 상자에 담겨 아름다운 가게로 배달돼 '압수상자에 담긴 물건 중 가장 아름다운 물건'이 됐다.

아름다운 가게 안국점에는 송광수(宋光洙)검찰총장 등 검찰 간부와 검찰청 여직원 등 24명이 나와 기증품을 분류하고 판매하는 자원봉사활동도 벌였다.

검찰 기증품 가운데 알짜 품목이 많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이날 안국점에만 6백여명 이상 손님이 몰렸다.

바둑 아마6단인 宋총장은 애지중지하던 바둑판과 바둑돌을 내놓았다. 반투명 바둑돌이 반짝이는 모습만 봐도 귀한 물건임을 알 수 있었던 바둑세트는 8만원에 50대 여성에게 팔렸다. 이 여성은 "가족이 모두 바둑을 좋아한다"며 "宋총장이 기증한 건지 모르고 샀는데 귀한 물건을 얻었으니 운이 좋다"며 기뻐했다.

宋총장은 이 여성의 부탁으로 바둑판에 '아름다운 가게를 위해'라는 사인을 새기며 "바둑을 아는 좋은 주인을 만난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바둑세트를 놓친 사람들은 "바둑판은 피나무라 30여만원, 바둑돌은 마노여서 최상품"이라며 아쉬워했다.

이날 기증품 중 최고가품으로 예상되는 고(故) 해강 유근형 선생의 청자와 청화백자 전승자 서광수 선생의 백자 등 도자기 2점은 감정 결과가 나오는 대로 경매에 부쳐질 예정이다.

청자를 기증한 서울지검 박만(朴滿)차장검사는 "경기도 이천에 사는 직원이 선물한 것"이라며 "가치를 몰라 제대로 대접받지 못했던 청자가 자신을 알아주는 좋은 사람을 찾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검찰의 아름다운 가게 동참은 검찰청 여직원들이 팔을 걷어붙이면서 시작됐다.

대검 여직원 모임인 선랑회 유선화 회장은 "평소보다 일찍 출근해 물건을 모아야 했지만 좋은 일을 하면서 내부 화합까지 덤으로 얻었다"며 "동료에게 '신고 있는 신발, 매고 있는 넥타이라도 내라'는 농담을 주고받는 흐뭇한 분위기였다"고 설명했다.

민동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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