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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한다는 것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443호 4 면

영화 ‘베테랑’의 흥행이 파죽지세입니다. 돈과 권력의 추잡한 협잡을 정통으로 깨부수며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고 일갈하는 형사 서도철(황정민 분)의 기고만장함이 속시원한 카타르시스가 되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영화 속에서라도 이런 모습을 보고 싶다는 갈증이야말로 관객 천만 돌파의 원동력이었을 터입니다. 비록 장르를 또 다른 SF(Social Fiction)로 분류하는 사람도 있지만 말입니다. 서 형사는 상대에게 이렇게 묻죠. “사과 한번 제대로 하고 끝내면 될 일을 왜 이렇게 크게 벌리냐?”


이번주에는 소설가 신경숙의 표절 논란이 다시 점화됐습니다. 지난달 24일 백영서 ‘창작과비평’ 편집주간이 가을호 책머리에서 “표절 논란을 자초하기에 충분한 문자적 유사성이 발견된다는 사실에 합의했다. 하지만 동시에 그런 유사성을 의도적 베껴쓰기로 단정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힌데 이어 31일 백낙청 창비 편집인은 페이스북에 “그것이 일부러 베껴쓰지 않고는 절대 나올 수 없는 결과라고 보는 문학관, 창작관에는 원론적으로도 동의하기 어렵다”고 썼습니다.


반면 권희철 ‘문학동네’ 편집위원은 1일 가을호 서문에서 “『전설』은『우국』의 표절”이라며 “이번 일로 깊은 실망을 느꼈을 독자 여러분께 사과드린다”고 말했습니다.


국내 문학계를 이끌어온 ‘양대 산맥’이 서로 반대 방향으로 행보를 옮기는 모습이 흥미롭습니다. 앞으로 가져올 결과도.


정형모 문화에디터 h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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