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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게아 - 롱고롱고의 노래<14> 레벨업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일러스트=임수연

찬란한 빛줄기가 수리를 감아올렸다.

이름 2단계 수리 Level Ⅱ Suri 호칭 엑스마스터 Exe Master

연식 16세 성별 남자 신체조건 170cm 60kg

무기 스톤엑스 Stone Exe 성향 오만, 허세, 인텔리전스

윙윙 탁탁 13%

윙윙 탁탁 53%

윙윙 탁탁 86%

윙윙 탁탁 99%

수리님의 데이터 로드 100% 완료되었습니다.

네. 장착 완료했습니다.

수리가 불현듯 소리쳤다. 빛줄기는 사라졌다. 모두 깜짝 놀라 수리를 쳐다봤다.

“무슨 일이야? 넌 빛줄기 속에 들어갔었어. 짧은 순간이지만.”

“모르겠어. 갑자기 내 머릿속으로 무언가 쳐들어온 것 같아.”

마루가 의아한 눈초리를 보냈다. 수리 자신도 믿기 힘들었다. 사비가 손등으로 줄줄 흐르는 수리 얼굴의 땀을 닦아주며 찡긋 눈웃음을 지었다.

“땀을 많이 흘리네. 수리야 마음 편하게 가져. 너 같은 허세 덩어리가 갑자기 캐릭터를 바꾸면 살짝 불안해지잖아?”

“와, 저것 봐!”

나비 떼가 날아들었다. 수천만 마리의 나비 떼였다. 하나같이 몸통만 나비일 뿐 얼굴은 소녀의 얼굴을 닮은 아기 나비였다. 수리와 친구들은 나비 떼를 따라다니며 팔짝팔짝 뛰어다녔다. 유치원 어린아이들처럼 장난치며 놀았다.

“나비야~ 나비야~ 이리 날아오너라. 하얀 나비 아기 나비….”

나비는 바람의 미세한 결을 따라 움직이면서 바람의 결마다 자신들의 노래를 새겨넣고 있었다. 바로 모든, 모든 역사였다.

“모든 새들과 모든 물고기와 모든 바람이 서로 사랑을 했네.

그곳에서 태양이 태어나고 달이 태어나고 별이 태어났네.

그리고 그들이 태어났네.

그들은 누구보다 먼저 태어났네.

누구보다 누구보다 키가 컸네.

그들은 우리를 만들었네.”

나비 떼는 바람과 아이들을 서로 감싸며 빙빙 돌았다. 마루가 튕겨져나왔다. 댕그르르 놀란 표정으로 외쳤다. “골리쌤이다!” 진짜 골리쌤이었다. 골리쌤은 수척해져 있었다. 아이들은 골리쌤에게 달려갔고 브라키오사우르스 썸은 골리쌤을 보자 눈물을 뚝 흘렸다. 우우 우우 마음 아픈 소리를 냈다. 폴리페서는 여전히 이상한 망원경을 쓴 몰골로 여전히 기세등등한 척했다.

“나비는요? 나비를 납치했었잖아요?”

수리가 득달같이 물었다. 폴리페서는 대답하지 못했다. 어물쩍거렸다.

“나비를 빼앗겼군요?”

폴리페서는 얼굴을 돌리고 딴청이었다.

“나비를 못 찾으면 아빠도 찾을 수 없을 텐데….”

수리는 몹시 실망스러웠다. 폴리페서가 원망스럽게 느껴졌다.

“아, 아빠…. 어떡해?”

수리는 맥이 탁 풀렸다. 마루가 그런 수리의 등짝을 퍽 하고 쳤다.

“어이, 허세 대왕! 오만 대왕! 왜 그래? 쳇, 기운 내라고. 배고파지잖아?”

수리가 씩 웃었다. 이빨이 죄다 드러났다. 마루가 혀를 끌끌 찼다.

“쯧쯧. 양치질은 하고 다니냐?”

“그래. 난 절대 꺾이지 않아. 내 운명의 팔 할은 허세와 오만으로 만들어졌다. 우하하. 난 불사신이야. 왜냐고? 지구를 구원할 영웅이니까. 내 운명은 이미 지구 탄생 초기부터 정해져 있던 거야.”

수리의 과장에 볼트가 혀를 낼름 내밀었다.

“형. 너무 나갔다. 너무 나갔어. 오버라고. 하하.”

그때, 네피림의 준엄한 음성이 쩌렁쩌렁 울렸다. 귀가 먹먹할 정도였다.

“52!”

수리는 순간 당황했다.

‘줘야 되나? 말아야 되나?’

수리는 고심했다.

“52를 가져왔겠지?”

네피림의 음성은 천둥소리가 되어 간담을 흔들었다. 나비 떼들이 순식간에 후두두 흩어졌다.

“난, 긍정의 호모 사피엔스야. 믿어보자.”

수리는 52장의 꺼풀을 건넸다. 그러나 수리의 손에서 52는 물고기의 형상이 되었다. 이스터 섬에서 발견된 25개의 태블릿의 신비한 기호 중 하나였다. 수리도 깜짝 놀랐다. 모두 깜짝 놀랐다. 사비는 폴더를 쳐다보며 말했다. “이건 마법이야. 마법.” 폴더는 웃을듯 말듯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그도 놀라고 있음이 분명했다. 수리는 네피림을 향해 소리쳤다.

“자, 이제 만족해요? 난 약속을 지켰어요.”

“이건 시작에 불과하다.”

느닷없이 네피림이 수리 앞에 나타났다. 그 눈동자 속에 수리의 아빠가 있었다.

“아, 아빠!”

“네 아빠를 직접 보고 싶다면 나머지 숫자들도 가져와라.”

“처음부터 말하지 그랬어요? 비열하게 아빠를 볼모로 이게 뭐예요? 그러고도 신의 흉내를 내는 거예요? 신은 자비심이라도 있다고요.”

잔뜩 화난 수리에게 네피림이 바짝 다가왔다. 눈동자 속 아빠는 더욱 또렷해졌다. 수리의 눈빛은 심하게 흔들렸다. 사비도 마루도 수리 옆에 섰다. 조금이나마 힘이 되어주기 위해서였다.

“왜 내가 해야 되죠? 네피림은 전지전능하잖아요? 왜 스스로 못하죠?”

“오직 너만이 할 수 있다. 그건 너의 아빠에게 물어보도록 해. 너의 아빠가 너의 머릿속에 슈퍼칩을 심어놓았지? 네가 상상할 수 없는 힘이 너에게 있다.”

“앗. 머리 수술한 적이 있었고, 이 목걸이

수리가 자신의 목에 걸린 목걸이를 보자 달과 태양, 별이 발광하고 있었다.

“그건 당신들도 할 수 있잖아요? 당신들은 슈퍼컴퓨터가 더 똑똑하지 않나요?”

“그건 네피림의 운명이 아니다. 너의 운명이다.”

네피림은 쉽게 가버렸다. 잠시 후, 폴더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그들에겐 숫자들이 필요해. 그건 수리만이 열 수 있어. 너에게 리키니우스가 나타난 것만 봐도 알 수 있지. 또 나타나겠지만.”

“리키니우스는 죽었어요. 폴더.”

“그는 펠림세스트야.” 마루의 중얼거림에 폴더는 짧게 덧붙였다. “책 속의 책, 글자 속의 글자. 그는 죽을 수가 없는 거야.”

별안간 수리가 미친 듯이 웃어젖혔다.

“그것 봐, 나는 지구의 탄생 이전부터 예견된 운명의 소유자라고. 우하하.”

“저놈의 허세. 오만, 뻥….”

“허세든 오만이든 뻥이든 저 무시무시한 네피림이 수리 형에게 의존하고 있잖아? 왜일까?”

볼트가 귀엽게 웃으며 얘기했다. 궁시렁거리던 마루는 그만 입을 다물었다.

“우아아~. 수리야, 얘들아 들어봐. 내가 엄청난 비밀을 알아냈어.”

골리쌤이 난리였다.

“썸이 말해주었어. 썸이 사는 땅에 그게 있다고. 그게 있대.”

골리쌤은 숨이 헉헉 넘어갔다.

“뭐가 있다는 거예요?”

수리가 재촉했다.

“그러니까 누이의 땅, 물의 땅, 미친 새들의 땅은 오래 전부터 싸움을 해왔대. 썸의 땅인 힐라몬스터는 싸움은 안해. 호호. 그러니까 무엇을 위해서냐면?”

“빨리 말하세요. 빨리요. 답답해 미치겠어요.”

마루가 헉헉 숨이 넘어갔다.

“바로 노래야. 노래.”

“노래?”

“그 노래를 차지하는 사람이 모든 세상을 완벽하게 지배할 수 있는 거지. 그러니까….”

“그러니까 좀 그만해요. 내용만 얘기하세요.”

어이없다는 듯 벙찐 표정이었던 마루가 더 난리였다.

“네피림도 그 노래 때문에 이 땅에 집착을 하는 거야. 그러니까.”

“또 그러니까? 아이 짜증나.”

이번엔 수리가 버럭 화를 냈다.

“그러니까 그 노래에 다가갈 수가 없어. 네피림은.”

“왜요? 그렇게 대단한 팬옵티콘이?”

수리는 골리쌤이 장난친다고 생각했다.

“그것까지는 몰라. 수리, 너는 갈 수 있는 거야. 머리에 표식이 있잖아? 그러니까 네피림이 그 표식을 모으는 거 아닐까?”

수리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말 되네.”

사비가 골리쌤을 향했다.

“그럼 썸이 사는 땅에 노래가 있어요? 그 노래가?”

“응. 노래가 있다고 해. 썸 같은 공룡들은 노래에 관심이 없거든.”

수리가 모두를 둘러보며 큰 소리로 말했다.

“우리 그곳에 가요. 사비, 마루 내 친구들은 당연히 갈 테고. 폴더 갈 거죠? 볼트도 갈 거지? 앞으로 친구가 될 테니까. 참, 폴리페서.”

“내가 나비를 납치하고 나비를 잃어버렸으니까 난 나비를 찾겠다.”

어쩐지 힘이 없는 폴리페서에게 “좋아요”하고 대답한 수리는 폴더를 뚫어지게 보았다. 폴더가 고개를 끄덕였다. 마악 움직이려는 순간, 찬란한 빛줄기가 수리에게 쏟아졌다. 수리는 소리 지를 새도 없이 노란 빛에 갇혀버렸다.

이름 2단계 수리 Level Ⅱ Suri 호칭 엑스마스터 Exe Master

연식 16세 성별 남자 신체조건 170cm 60kg

무기 스톤엑스 Ston Exe 성향 오만, 허세, 인텔리전스

윙윙 탁탁13%

윙윙 탁탁53%

윙윙 86%

윙윙 99%

수리님의 로드 100% 완료되었습니다.

네. 장착 완료했습니다.

수리의 거침없는 음성이 터져나왔다. 모두 한 발짝 뒤로 물러났다. 수리는 점점 강해지고 있었다.

“나는 아빠를 찾기 위해 네피림들이 원하는 숫자의 비밀을 밝혀내겠어. 자, 계단을 오르자.”

아이들은 드디어 하늘로 오르는 계단을 밟았다. 얼마 후, 썸을 따라 도착한 곳은 상상조차 하기 힘든 곳이었다. 진짜 이스터 대륙이었다.

하지윤은 시인·소설가. 판게아 시리즈 1권 『시발바를 찾아서』, 2권 『마추픽추의 비밀』, 3권 『플래닛 아틀란티스』를 썼다. 소년중앙에 연재하는 ‘롱고롱고의 노래’는 판게아 4번째 시리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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