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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 떠받드니 주가 쑥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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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주주 중시 경영'이 기업의 화두로 등장하고 있다. 배당.이익 소각.무상증자 등을 통해 주주의 이익을 높이려는 기업들의 주가는 상승세를 타는 반면 실적이 좋은데도 지갑 열기를 주저하는 기업들은 외면받고 있는 것이다.

특히 소버린.헤르메스.프랭클린템플턴 인베스트먼트 등 해외 투자자들이 SK글로벌에 대한 SK㈜의 지원이 주주 이익을 해친다며 재동을 걸고, 시민단체와 소액주주들이 제 목소리를 내면서 주주 중시 경영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주주 중시 경영 확산=기업들은 실적이 좋지 않더라도 배당만큼은 후하게 주려는 경향이 강해졌다.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3월 결산법인 35개사의 배당 성향은 지난해 45.9%에서 올해 97.4%로 크게 높아졌다. 배당 성향은 당기순이익에서 배당금 총액의 비중을 나타낸다.

회계연도 도중에 현금으로 배당을 주는 중간배당을 실시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5월 말 현재 정관에 중간배당 제도를 도입한 회사는 전체 상장기업(6백80개사)의 21%에 해당하는 1백44개사다.

이 가운데 13일 현재 미원상사.금비.제일은행 등 5개사가 중간배당을 하기로 했다. 증권거래소 관계자는 "중간배당 실시 기업이 2001년 7개사, 지난해 12개에서 올해는 20개사가 넘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코스닥 등록기업도 올해 26개사가 정관에 중간배당 제도를 도입했으며, 인탑스.유일전자.대동스틸 등 8개사는 중간배당을 하기로 했다.

이익을 소각하는 업체도 늘고 있다. 이익 소각이란 이익의 일정 부분에 해당하는 주식을 없애는 것으로, 이렇게 되면 주당 순이익(EPS)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어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상장기업 중에는 올해만 39개사가 이익 소각 제도를 정관에 도입했으며, 한국유리공업.삼성전자.하나증권.동국제강 등 12개사가 실제로 이익 소각을 했다. 또 코스닥 등록기업 중에 대원씨엔에이.케이디미디어 등 5개사가 이익을 소각했거나 현재 진행 중이다.

주가 안정을 위해 올 들어 자사주를 매입한 상장기업도 1백41개사로 지난해보다 33% 늘었다. 굿모닝신한증권 박동명 연구원은 "이익 소각 등을 통해 단기적인 주가 부양도 기대할 수 있지만, 그보다는 중.장기적으로 주식 가치를 높이는 데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주가로 화답=최근 중간배당.이익 소각 등을 발표한 기업 중 상당수의 주가가 올랐다. 코스닥 등록기업인 파라다이스는 지난달 1백40만주의 자사주를 소각했으며, 이에 앞서 1백억원 가량을 현금 배당했다.

그 결과 정기주총 하루 전인 3월 18일 3천10원이었던 주가는 13일 4천8백60원으로 61% 상승했다.

한통데이타도 지난해 당기순이익(50억3천1백만원)보다 훨씬 많은 82억여원을 자사주 매입 및 소각과 현금 배당에 썼다. 이에 힘입어 주가는 3월 중순 6천원 안팎에서 8천6백원으로 40% 이상 올랐다. 대화제약.인탑스.유일전자 등 최근 중간배당을 발표한 기업들의 주가도 일제히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상장사 협의회가 2001년 3월 이후 이익 소각을 한 23개사 28건을 대상으로 주가 흐름을 분석한 결과 주가가 이들이 속한 업종의 평균지수보다 3.87%포인트 더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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