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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장만한 중앙, 침투로가 안 보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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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제37기 왕위전 본선리그 제20국
[제9보 (116~134)]
白.曺薰鉉 9단| 黑.趙漢乘 6단

중앙에 하얗게 눈이 내리고 있다. 曺9단이 중원 경영의 야망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백△ 두점으로 만든 강력한 토치카를 기반으로 曺9단은 진짜 중앙집을 지어보려고 한다. 중앙 집이란 짓기 어렵다. 그러나 일단 성공하면 대박이 터진다.

흑의 趙6단은 백△ 두점을 내주는 대가로 백◎ 일곱점을 잡았다. 확실한 14집. 중앙이 공배로 변한다면 趙6단은 횡재를 한 것이 된다. 그러나 만약 중앙집이 성공한다면 패전의 죄를 면할 수 없을 것이다.

우상에서 曺9단이 번쩍 스피드를 냈다. 바로 116. 이 수가 아직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던 趙6단의 뒤통수를 쳤다.

116으로 정석 수순을 밟는다면 A로 두는 것이다. 그보다 속도를 낸다면 B의 날일자일 것이다. 116은 전문가들의 눈에 빛처럼 빠르게 다가온다. 117로 받게 한 다음 아예 손을 빼고 다른 곳으로 달려가려는 탁월한 속도감각이다.

曺9단은 118, 120을 선수하더니 122에 못질을 했다. 이 한수로 이쪽이 막혔다. 116 쪽은 막힌 것일까. 그쪽마저 막혔다면 운동장만한 중앙은 그대로 집이겠지만 이런 거미줄 같은 방파제로 흑의 침투를 막아내지는 못할 것이다.

그런데, 장고하는 趙6단의 얼굴이 점점 어두워지고 있었다. 거미줄은 분명 거미줄인데 깊숙이 파고드는 수가 안 보이는 것이다.

'참고도1'처럼 두는 것은 물론 최악의 선택이다. 두점은 잡아도 백집을 다 지어주고 대차로 지고 만다.

'참고도2'의 흑1은 어떨까. 검토실에선 이 수가 논의된다. 그러나 백진이 워낙 넓어 C로 붙여 사석전법을 펼치거나 아예 D로 늦춰도 중앙집이 어마어마하게 난다고 한다. 趙6단은 고심의 장고 끝에 133 쪽에서 돌파를 시도하고 나섰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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