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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덕궁 비원에 퍼진 한국음악 또 듣고 싶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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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장 도송빌 대표. 그는 올해 프랑스 최고 권위의 훈장인 ‘레지옹도뇌르’를 받았다. [신인섭 기자]

장 도송빌(Jean d’Haussonville) 프랑스 샹보르성 대표는 인터뷰 시작 전 기자에게 불쑥 태블릿 PC를 들이밀었다. 태블릿 PC에서 실행되고 있는 건 프랑스 루아르지역에 있는 샹보르성 안내 애플리케이션(앱)이었다. 그는 한국어 서비스도 시작했다며 손으로 이런저런 아이콘들을 클릭했다.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이자 프랑스 르네상스 건축의 걸작으로 평가받는 샹보르성의 내부를 한국어 설명과 함께 훤히 들여다볼 수 있었다. 앱 기능 하나하나를 조근조근 설명하는 목소리엔 자부심이 가득했다.

 도송빌 대표를 만난 건 지난 2일 서울에서였다. 그는 한국이미지커뮤니케이션연구원(CICI·이사장 최정화)가 지난달 31일부터 3일간 진행한 문화소통포럼(CCF)에 프랑스 대표로 참석했다. 14개국에서 온 문화계 대표들이 함께 한국의 문화를 체험하고 문화 교류의 방향을 토론하는 자리였다.

이틀 동안 이들은 북촌 한옥마을·인사동·국립중앙박물관·강남·창덕궁 등 서울 곳곳을 둘러봤다. 도송빌 대표는 “창덕궁 비원에서 듣는 한국의 전통음악 공연은 한 번 더 보고 싶을 정도로 정말 환상적이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면서 “그동안 프랑스 사람들에게 한국은 여전히 ‘고요한 아침의 나라’였다. 하지만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서울의 모습을 보며 문화 강국의 가능성을 새롭게 확인할 수 있었다”고 했다.

 파리 정치 대학에서 행정학과 은행 경영학을 전공한 그는 외교부에서 일하며 국제 협상가, 국제 주요 문화 프로젝트 책임자로 입지를 다져왔다. 올해 말 개관을 앞둔 아부다비 루브르 박물관 설립에도 기여했다. 샹보르성의 대표로는 2010년 취임했다. 샹보르성을 항상 최고의 상태로 보존해 후손들에게 전하는 것, 그리고 세계 각지에서 오는 관광객들을 항상 최적의 상태로 맞이하는 것. 샹보르성을 지키는 도송빌 대표의 단순하면서도 명료한 목표다.

 때마침 올해는 한·불 수교 130주년. 샹보르성은 오는 27일부터 이를 기념하고자 ‘소나무 작가’로 유명한 사진작가 배병우씨의 사진을 전시한다.

이번 전시를 위해 배병우 작가는 33㎢에 이르는 샹보르성의 숲을 카메라에 담았다. 도송빌 대표는 “배 작가가 나무를 바라보는 시선이 인상깊었다. 예민하고 섬세하게 나무의 실루엣을 잡아내 거기에 시적 감성을 더한다. 그의 사진을 보면 꿈을 꾸는 듯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전시를 계기로 한국인 방문객이 늘어나길 기대하고 있었다. 그가 인터뷰 직전 샹보르성 앱의 한국어 버전을 자랑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도송빌 대표는 ‘문화외교’를 강조하며 “세계화의 흐름에 획일화되지 않고 지속적으로 전통 문화의 명맥을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 나라의 문화적 영향력은 한 사람의 생각과 소비에도 영향을 미쳐 그 나라의 경쟁력이 된다는 것이다.

“문화는 단순히 박물관 속 유물이 아닌 우리의 일상 속에 녹아내린 모든 것이다. 내가 잠시나마 체험한 한국 문화는 음식·음악·건축 등 다방면으로 강했다. 지금부터는 ‘한국’ 하면 여전히 ‘북한’을 떠올리는 사람들에게 이런 문화를 제대로 소개해야 할 때다.”

글=홍상지 기자 hongsam@joongang.co.kr
사진=신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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