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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서울병원 총 1000억원 투자 … ‘1인실형’응급실서 30분 내 진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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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송재훈 병원장

삼성서울병원이 1000억원 규모의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종합대책을 2일 내놨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대국민 사과를 하면서 강도 높은 개혁을 약속한 지 70여 일 만이다.

 삼성서울병원이 이날 내놓은 대책은 메르스 진원지였던 응급실 시스템 개편에 집중돼 있다. 이 병원의 응급실에 지난 5월 말 ‘수퍼 전파자’ 14번 환자(35)가 들어오면서 감염자가 90명 발생했다. 환자 수에 비해 공간이 비좁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내년 3월까지 지금의 1.6배 크기로 응급실 규모를 넓힌다. 감염·외상·소아 등 6개 진료 분야별로 구역을 나누고, 음압격리실 11개를 설치해 감염 환자와 일반 환자를 구분하기로 했다. 탁 트여 있던 응급실 병상 사이에 모두 격벽을 설치해 1인실과 유사하게 바꾼다. 여기에 약 450억원이 투입된다.

 환자가 응급실에 오래 머물지 않도록 시스템도 뜯어고친다. 가급적 30분 내에 시급한 진료를 하고 6시간 내에 입원과 퇴원을 결정한다. 보호자는 환자당 1명으로 제한한다. 또한 응급실의 모든 환자는 인턴·레지던트가 아닌 전문의가 진료한다. 삼성병원 송재훈 병원장은 “최초 진료는 응급실에 상주하는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맡고, 해당 분야 전문의가 내려와서 추가 진료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병실을 잡기 위해 이틀 사흘 응급실에 머무는 모습이 사라지게 된다.

 이번 메르스 확산 과정에서 삼성서울병원은 제대로 된 음압병실이 없다는 점이 비판을 받았다. 병원 측은 이런 점을 개선하기 위해 병동 내 음압격리실을 10개 이상 설치하기로 했다. 환자 보호자들이 맘대로 병실에 드나들지 못하게 모든 병동 입구에 슬라이딩 도어도 설치된다. 환자를 면회하려면 병원 허가를 받아야 하며, 면회객 수도 하루 2명으로 제한된다. 감염병 대응센터도 새로 운영된다. 감염병을 진단·치료할 수 있는 역량을 강화하고 다른 병원들과 감염 관리 네트워크를 구축하기로 했다.

병원 측은 또 메르스 백신 개발에 5년간 41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직접 백신을 개발하지 않고 국제백신연구소(IVI)와 협력한다. 이 연구소는 1997년 유엔이 설립해 한국에 본부를 두고 있는 유일한 국제기구다. 연구소가 요구할 경우 병원의 환자 임상 자료도 제공할 계획이다. 송 병원장은 “병원에서 개발 자금만 지원하고 백신 개발기관의 선정과 관리 등은 국제백신연구소에 위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감염내과 교수는 “IVI 외 국내 다른 연구진에게도 백신 개발 자금이 지원돼야 조기에 성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전병율(전 질병관리본부장) 차의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삼성이 제시한 응급실 개선 방향은 옳다고 보지만 최초 진료 30분, 6시간 이내 입원·퇴원 결정이 제대로 지켜질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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