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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살리기 구원투수로 나선 인민은행.상하이 증시 엿새만에 급등

중앙일보

입력

돈 잔치가 꿈쩍 않던 주식 시장을 끌어올렸다. 중국의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본격적으로 구원투수로 나서면서부터다. 인민은행이 수문을 열고 시장에 유동성을 쏟아붓는 총동원 체제에 돌입한 덕에 중국 상하이 증시가 6일 만에 반등하며 3000선을 회복했다.

27일 상하이종합지수는 전날보다 5.34% 오른 3083.59에 거래를 마쳤다. 20일 이후 닷새간 증시가 23.05% 하락하자 인민은행은 25일 주식시장 마감 이후 기준금리와 지급준비율을 함께 인하하는 초강수를 뒀다. 26일부터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낮아져 1년 만기 대출금리는 4.6%로 하향 조정됐다. 금리 인하는 돈 줄을 풀겠다는 신호의 성격이 강하다. 지준율 인하는 은행이 실질적으로 시중에 풀 수 있는 가용액을 늘려주는 효과가 있다. 바클레이스에 따르면 다음달 6일부터 지준율이 0.5%포인트 인하되면 시중에 7500억 위안이 공급되는 효과를 낳을 것으로 추산된다. SWS리서치의 첸강 애널리스트는 “기준금리와 지준율 인하로 유동성 경색은 일시적으로 완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다. 인민은행은 공개시장조작을 통해 시장에 지속적으로 자금을 주입하고 있다. 증시가 반등에 성공한 27일 인민은행은 역환매조건부채권(역RP) 거래로 시중에 1500억 위안을 공급했다. 역RP는 금융회사가 고객에게 일정 기간이 지난 뒤 일정 금리를 더해 되파는 조건으로 사는 채권이다. 25일에도 역 RP거래로 1500억 위안의 자금을 공급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중국 통화당국이 최근 2주간 공개시장조작 방식으로 시중에 투입한 규모는 2100억 위안”이라고 보도했다. 춘제로 자금 수요가 늘어난 2월 이후 시장에 공급한 자금으로는 최대 규모다.

유동성 공급을 위해 인민은행이 동원한 수단은 또 있다. 26일 단기유동성조절기구(SLO)를 통해 1400억 위안의 자금을 공급했다. SLO는 주요 은행 12곳을 대상으로 만기 7일 미만의 환매조건부채권(RP)를 매매해 시중 유동성을 조절하는 방식이다. 11일에는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를 활용해 14개 은행에 6개월 만기로 1100억 위안을 공급했다. 민생증권의 리치린 애널리스트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인민은행이 지준율 인하를 앞두고 이렇게 많은 유동성을 투입하는 것은 (위안화 가치 하락 등으로 인한) 자금유출 압력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자금조달 비용을 안정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JP모건체이스는 “이번 유동성 공급 정책은 은행간 유동성 감소와 자본 유출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고 진단했다.

문제는 앞으로다. 인민은행이 주식 시장을 지지하고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대대적인 물량공세에 나섰지만 실물경제에 대한 신뢰를 회복해야만 시장의 불안감을 잠재울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의 위기감을 완화하기 위해 중국 발전개혁위원회는 “중국이 올해 7% 성장률 목표를 무난히 달성할 수 있다”며 연일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중국 정부의 추가 부양책이 필요하다는 것이 시장의 중론이다.

칭화대 중국세계경제센터 리다오쿠이(李稻葵) 교수는 “실물경제 안정을 위해 금리와 지준율 인하로는 부족하다. 기업 자금조달 비용을 줄이고 인프라 건설 사업에 박차를 가하는 한편 세수 감면 등의 후속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골드만삭스 쑹위(宋宇) 이코노미스트는 보고서에서 “올 연말까지 각각 0.5%포인트씩 두 차례 지준율 인하가 이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현옥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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