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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T가 한류 미래" 한국 안 와도 홀로그램으로 K팝 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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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제국의 아이들’과 콘서트에서 함께 춤을 췄던 로봇.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극장의 불이 꺼졌다. 지드래곤의 공연이 시작됐다. 관객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진짜야? 진짜지? 아무리 봐도 진짠데.” 저마다 자신의 눈을 의심할 정도였다.

 무대 위의 지드래곤은 홀로그램이었다. 지난달 제주도 서귀포 중문관광단지에 문을 연 세계 최대 규모의 디지털테마파크 ‘PLAY KPOP(플레이 케이팝)’에선 날마다 이런 탄성이 터진다. 공연 말미에 춤추고 노래하던 지드래곤이 ‘펑!’ 하고 마술처럼 사라지면 비로소 고개를 끄덕인다. 홀로그램 전문업체 디스트릭트홀딩스의 이동훈 대표는 “중국 베이징(北京)과 취저우(衢州)에 공연장을 짓고 콘텐트도 수출했다”며 “5~10년 안에 한국에서 콘서트를 하면 실시간으로 해외에서 허공에 펼쳐지는 홀로그램 공연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화 코드와 첨단 기술을 융합한 결과물이다. 전후 대한민국은 헐벗고 굶주렸다. 한강의 기적을 이룬 것은 반도체·철강·조선 등 ‘제조업의 힘’이었다. 미래의 힘은 뭘까. 문화체육관광부 정지홍 문화기술 PD는 “미래 50년 성장동력은 CT(Culture Technology·문화기술)에 있다. 한국의 자랑인 ICT(정보통신기술)와 문화가 융합하면 폭발적인 부가가치가 창출된다”며 “융복합 시대의 유일한 블루오션은 ‘CT 산업’이다”고 강조했다.

 19일 서울 상암동 DMC첨단산업센터 로보빌더 사무실에서 춤꾼을 만났다. 사람이 아니라 로봇(UXA90)이었다. 몸무게 10㎏, 키는 90㎝.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울리자 리듬을 타며 춤을 췄다. 잠시 후 동료 로봇 둘이 가세했다. 아이돌이나 할 법한 칼 군무(群舞)를 보여준다. 박동호(24) 로보빌더 연구원이 동작 센서 11개가 달린 조끼를 입고 춤을 추자 로봇들이 동시에 춤동작을 따라 했다.

 이 회사의 올해 매출은 20억원, 2018년에는 200억원이 목표다. 최근 SK텔레콤과 만나 가속도가 붙고 있다. SKT가 개발 중인 차세대(5G) 통신기술 접목을 추진 중이다. 그럼 로봇이 보고 듣고 만진 ‘감각’을 먼 곳에서도 사람에게 바로 전달할 수 있게 된다. 박창배 로보빌더 대표는 “의료 및 교육용, 재난 시 구조용으로의 산업 확장성이 높다”고 했다. CT는 ‘감성’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기술 영역과 구별된다. CT 산업은 세계적으로도 태동 단계다. 미국에선 아예 ‘엔터테인먼트 기술’ 산업이라 부른다. 방송·영화·애니메이션·게임·음악·공연·전시 등 문화 콘텐트 산업 전반이 ICT를 기반으로 첨단 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다.

 지난해 1800만 관객몰이를 한 영화 ‘명량’의 해상전에도 CT가 쓰였다. 그동안 파도와 물결을 만드는 기술을 거액을 주고 수입해야 했다. 국산 기술 개발에 성공한 매크로그래프의 컴퓨터 그래픽은 중국 저우싱츠(周星馳) 감독의 영화에도 수출됐다. 영화 ‘미녀는 괴로워’의 김용화 감독이 대표인 시각효과(VFX) 전문회사 덱스터는 최근 중국 기업으로부터 1000만 달러(약 118억원) 투자를 유치했다. 미국과 영국이 주도하는 글로벌시장에서도 한국의 CT가 서서히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낙관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이 분야에서 중국의 추격도 머지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중앙대 첨단영상대학원 박진완 교수는 “CT 분야를 집중 육성해 글로벌시장에서 할리우드 엔터테인먼트 산업과도 경쟁할 수 있는 기반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글=김현예 기자, 제주=백성호 기자 hykim@joongang.co.kr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도움말 주신 분=송성각 한국콘텐츠진흥원장, 박성현 한국문화산업교류재단 조사연구팀장, 김재철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융합기술연구소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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