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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트 막아가며 “정보 고쳐라” … 러시아에 두 손 든 위키피디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러시아 정부가 마약과 관련된 내용을 문제 삼아 세계 최대 인터넷 백과사전 위키피디아 러시아어 사이트를 25일 차단하자 위키피디아가 관련 내용을 수정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러시아 통신·정보기술·언론 감독청(로스콤나드조르)은 대마초를 농축한 마약인 차라스의 역사와 생산에 관한 글을 모두 삭제하지 않는다며 위키피디아 러시아어 버전을 차단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이날 보도했다. 러시아와 위키피디아의 ‘인터넷 전쟁’은 남부 러시아에 위치한 인구 8000명 미만의 작은 마을 체르니 야르가 인도·레바논·파키스탄·네팔·자메이카 등과 함께 차라스 생산지로 거론되면서 촉발됐다. 체르니 야르에서는 21일 “우리 마을에는 차라스 중독자가 없으며 대마초는 전혀 키우지 않는다”고 항의했다. 러시아 법원도 곧이어 위키피디아가 차라스 항목 자체를 없애라고 결정했다.

위키피디아는 결국 관련된 내용을 수정하면서 러시아의 요구를 들어줬다. 러시아는 25일 “문제의 내용이 수정됐다”면서 러시아판 위키피디아를 금지 사이트 리스트에서 제외했다.

이번 해프닝은 러시아의 인터넷 통제가 자국민 통제를 넘어 새로운 차원으로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 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러시아 국민이 많이 사용하는 세계적인 웹사이트를 (검열) 타깃으로 삼은 건 처음”이라고 보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012년 5월 러시아 내 ‘금지 웹사이트’ 목록을 작성하는 내용의 법안에 서명했다. 이때부터 러시아 정부의 서슬 퍼런 인터넷 검열이 강화됐다. 러시아 의회는 2013년 말 연방 검찰총장에게 영장 없이 웹사이트 차단을 명령할 수 있는 권한을 허용, 정부에 비판적인 내용을 담은 수백 개의 웹사이트가 차단됐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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