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톈진 폭발 때 뉴스 대신 한국 드라마 … “톈진TV 사장 물러나라” 비난 쏟아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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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톈진위성TV가 방영 중인 드라마 ‘조강지처 클럽’.

지금까지 129명이 숨지고 44명이 실종된 8·12 톈진(天津)항 초대형 폭발사고가 중국 언론계의 민낯을 드러냈다. 사건 발생 9시간이 지난 13일 오전 현지 공영방송인 톈진위성TV는 뉴스 대신 2007년작 한국 SBS 주말드라마 ‘조강지처 클럽’을 방영했기 때문이다. 당시 “전 세계는 톈진을 보고 있는데 톈진은 한류드라마를 방영하고 있다. 톈진위성TV 사장은 물러나야 한다”는 네티즌의 비난이 쇄도했다고 홍콩 빈과일보가 보도했다.

 위험물 보관 창고를 소유한 루이하이(瑞海)국제의 불법 실태는 신경보·남방도시보·남방주말 등 베이징과 광저우(廣州) 소재 신문의 탐사보도를 통해 일부가 보도됐다. 팡커청(方可成) 전 남방일보 기자는 최근 “톈진은 ‘뉴스 없는 도시’로 이미 정평이 났다”며 톈진위성TV가 시청자를 무시하고 한국드라마를 방영할 수 있었던 이유를 중국 정치 모니터링 사이트 ‘정견(政見)’에 밝혔다.

그는 “ 권력구조가 집중될수록 매체는 순종적이 되고, 권력구조가 분산되고 다원화될수록 저널리즘과 비판적 탐사보도가 많아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베이징·광저우와 톈진·상하이의 대조적인 언론 환경을 예로 들었다.

 광둥(廣東)성 광저우에서는 중국 신문업계의 사관학교로 불리는 남방신문미디어그룹과 매출액 최대 신문인 광저우일보그룹, 양성만보(羊城晩報)그룹이 치열하게 경쟁한다. 모든 매체가 공산당의 통제를 받는 중국에서 남방일보와 양성만보는 성(省) 선전부가, 광저우일보는 시(市) 선전부가 관리한다. 신문의 감독 주체가 다원화됐다. 광저우의 기자들은 통제의 빈틈을 찾아 시민의 권리를 수호하고 비판적 탐사보도에 나서고 있다.

 베이징 역시 치열한 미디어 경연장이다. 시급 매체인 베이징청년보, 중앙 매체인 인민일보와 산하의 신경보·경화시보 뿐만 아니라 공청단 기관지 중국청년보를 비롯해 국무원 각 부처의 직속 신문들이 경쟁한다. 신경보와 경화시보는 2011년 원저우(溫州) 고속열차 추락사고 당시 강도 높은 비판보도로 중앙 레벨에서 베이징시 선전부가 관리하는 시급 매체로 전락했다. 반면에 톈진과 상하이는 직할시다. 소속 매체는 모두 한 부문이 관리한다. 상하이는 해방일보·문회보·신민보가 상하이신문그룹으로 합병되면서 통제가 더욱 쉬워졌다. 레이야원(雷雅雯) 하버드대 사회학 박사는 “중국이 새로운 정보커뮤니케이션기술을 채택해 언론 시장을 창출하면서 지금까지 일부 도시의 제한적인 언론 자유가 전국으로 증폭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신경진 기자 shin.kyungjin@ 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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