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지금은 전우와 함께” … 전방 장병 50여 명 전역 연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6면

“전역, 꼭 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아닙니다.”

 지난 4일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 이후 남북 간 군사 대치 상황이 이어지며 육군과 해병대 장병들의 자진 전역 연기 신청이 늘고 있다. 육군 3사단·7사단·15사단을 비롯해 해병대 6여단(백령도) 등 주로 전방지역에 근무하고 있는 장병들이 대부분이다.

 육군에 따르면 24일 업무를 마감한 오후 6시 현재 3명의 군 간부와 50명의 병사들이 육군 인트라넷(내부 네트워크망)과 소속 부대를 통해 전역 연기를 신청했다. 백골부대로 불리는 육군 3사단에 복무 중인 조민수(22)·안동국(22) 병장도 포함됐다. 25일 전역할 예정인 조 병장은 “평소 북한군이 가장 두려워하는 3사단의 일원이라는 사실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며 “군 복무 기간 매일 외치던 ‘필사즉생 골육지정(必死卽生 骨肉之情·죽기를 각오하고 싸워 반드시 이기고, 형제처럼 뭉친다는 뜻)’이라는 백골정신을 토대로 위기에 처한 나라를 지키는 데 끝까지 함께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날 전역할 예정이었던 백령도 해병대 6여단 소속 장우민(23) 병장 역시 일주일 동안 부대에 더 남기로 했다. 전역 신고까지 마친 장 병장은 “전우들과 함께 위중한 지금의 상황을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15사단 일반전초(GOP)에서 부분대장 임무를 각각 수행 중인 강범석(22)·조기현(23) 병장도 남북 대치 상황이 종료될 때까지 부대에 남기로 했다. 군 복무 대신 제2의 인생을 준비하던 부사관들도 동참했다. 7사단 정비대대의 계현국(22) 하사와 12사단 방공대대 김진철(30) 중사, 26사단 방공대대 윤지민(24) 중사 역시 전역을 미루기로 했다. 육군 관계자는 “ 북한 도발로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실제 상황에서 전역을 연기하는 건 매우 드물다”고 말했다. 전역을 미룬 장병들을 채용하겠다는 기업도 나타났다. 동성그룹은 전역 연기를 자원한 육군 7사단 예하부대의 전문균(22)·주찬준(22) 병장을 채용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본지 8월 24일자 6면). 두 장병이 입사를 희망할 경우 이들의 근무 희망 분야와 전공 등을 고려해 정규직 사원으로 채용하겠다는 것이다. 부산에 기반을 둔 동성그룹은 1959년 고 백제갑 회장이 창업한 동성화학을 모태로 하는 화학·소재 전문기업이다.

 ◆유언비어 글 9건 삭제=경찰청은 북한의 포격 도발 관련 유언비어를 유포한 사례 중 한 건의 작성자를 검거하고 3건에 대해 내사 중이라고 24일 밝혔다. 경찰청 사이버안전국은 지난 21일 오후 인터넷 포털 다음 아고라 게시판에 올라온 “군사작전권 미군이 가져가-똥별OO들아 이제 미군의 명만 기다리냐? 국군 통수권자는 미군이야!!” 등 9건의 유언비어성 글에 대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의 심의를 거쳐 삭제 조치했다. 방심위의 통보를 받고 게시자가 스스로 삭제한 것은 5건이었다.

정용수·유성운 기자 nkys@joongang.co.kr

사진 설명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전역을 미룬 장병들이 늘고 있다. 육군 5기갑여단 정동호·이종엽·김서휘·김동희 병장(사진 1 왼쪽부터)과 7사단 전문균·주찬준 병장(사진 2 왼쪽부터)이 그들이다. [사진 육군]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