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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천재’ 석현준, 5년 만에 태극마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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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2012년 7월 수원에서 열린 피스컵에서 흐로닝언 소속 석현준(앞)과 함부르크 소속 손흥민이 볼 경합 중이다. 5년 만에 태극마크를 단 석현준은 대표팀에서 손흥민과 동료로 재회한다. [뉴시스]

“대표팀의 기본 골격이 완성됐기에 일부 새로운 선수들이 가세하는 건 문제가 없다. 동아시안컵에서 나타난 골 결정력 부족을 새로운 피가 해결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

 선수를 뽑는 실력이 뛰어나 ‘슈 도사’로 불리는 울리 슈틸리케(61·독일) 축구대표팀 감독이 포르투갈에서 활약하는 석현준(24·비토리아)을 깜짝 선발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두 자리 뿐인 최전방 공격수에 ‘황태자’ 이정협(23·상주)과 1m90cm의 장신 석현준을 뽑았다. 9월 초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2연전을 맞아 정예 멤버로 꾸려진 대표팀에서 ‘석현준’이라는 이름은 낯설다. 석현준이 대표팀에 이름을 올린 건 지난 2010년 7월 이란전 이후 5년 만이다. 24일 대표팀 명단을 발표한 슈틸리케 감독은 “석현준을 꾸준히 지켜봤다. 우리 팀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것” 이라고 말했다.

 석현준의 축구 인생은 만화영화 같다. 18세이던 지난 2009년 첼시(잉글랜드) 입단 테스트에 실패한 뒤 무작정 네덜란드로 건너갔다. 명문 아약스 훈련장을 방문해 당시 아약스 1군 감독이던 마틴 욜(59)에게 접근한 석현준은 “한 번만 테스트를 받게 해 달라”고 졸랐다. 2군 경기에 출전해 골을 넣은 석현준은 아약스와 전격 계약했다. 1900년 창단한 아약스 역사상 최초의 아시아 선수(1군 기준)가 석현준이었다. 아약스가 배출한 골잡이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34·파리 생제르맹)의 후계자로도 주목 받았다. 한 해 뒤 2010년에는 국가대표팀에 뽑혀 A매치에 데뷔했다. 유럽행 비행기에 오르며 부친 석종오 씨에게 “죽어도 유럽에서 죽겠어요. 반드시 성공할 겁니다”고 다짐했던 무명의 청년은 1년 만에 아약스와 한국 축구의 미래가 됐다.

 하지만 샴페인을 터뜨리기엔 너무 일렀다. 석현준은 수 차례 부상을 당하면서 주전에서 밀려났고, 설 자리를 잃었다. 이후 긴 유랑이 이어졌다. 2011년 7월 흐로닝언(네덜란드)으로 이적한 것을 시작으로 마리티무(포르투갈), 알 아흘리(사우디아라비아), 나시오날(포르투갈)을 거쳐 올해 초 현 소속팀 비토리아(포르투갈)로 왔다.

 슈틸리케 감독은 석현준의 행보를 편견 없이 지켜봤다. 그리고 지난 시즌 나시오날과 비토리아를 거치며 40경기에서 10골을 넣은 득점력에 주목했다.

 대표팀은 다음달 3일(라오스전·홈)과 8일(레바논전·원정)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두 경기를 치른다. 유럽파가 총출동하지만 골잡이의 발굴은 여전한 숙제다. 슈틸리케 감독은 “석현준과 황의조(23·성남)에게 기대를 건다”고 말했다. 올 시즌 K리그 클래식에서 10골을 터뜨린 황의조 또한 주목할 만한 공격 옵션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올 시즌 성남 경기를 꾸준히 관전하며 황의조의 경쟁력을 점검했다. 지난해 12월 제주도 전지훈련과 지난 6월 A매치 대기 명단에 황의조를 올려 대표팀 적응 가능성도 검토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부상과 컨디션 난조로 소속팀에서 출전 시간이 적은 유럽파 기성용·손흥민·이청용·구자철을 뽑은 이유에 대해 “경기에 꾸준히 나서지 못했지만 이 선수들을 믿는다”면서 “이들은 이전에도 믿음에 보답하는 플레이를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 수 아래로 여겨지는 라오스와의 경기도 최선을 다 하겠다”고 다짐했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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