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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걸려든 '로비황제'미 검찰, 박동선씨 체포영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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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미국 뉴욕 연방검찰은 14일(현지시간) 재미 로비스트 박동선(70.사진)씨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했다고 밝혔다. 그가 이라크 정부의 로비스트로 미국에 등록하지 않은 채, 이라크를 위해 일했다는 혐의다. 박씨는 지난해 말 워싱턴에서 서울로 들어갔으나 현재는 일본 도쿄에 머물고 있다.

미 검찰은 박씨가 수년 전 사담 후세인 정권으로부터 최소한 200만 달러를 받고 유엔이 관장하던'이라크 석유-식량 프로그램'이 좀 더 유연하게 운영되도록 유엔 측과 이라크 관리들 사이에 다리를 놔 준 것으로 보고 있다. 박씨의 개입은 함께 로비활동을 한 'CW-1'이라는 사람이 검찰에 로비 내역을 공개하면서 드러났다.

석유-식량 프로그램은 쿠웨이트 침공 후 경제 제재를 받고 있던 이라크에 대해 유엔이 1996~2003년 식량과 의약품 구입용으로만 석유를 수출하도록 통제한 제도다.

?박동선씨는=미 의회의 대형 로비 스캔들인 76년 '코리아 게이트'의 주인공이다. 187명의 현직 상.하원 의원이 박씨의 로비를 받고 한국에 대한 군사 원조와 경제 지원 등에 협조했다는 내용이다. 박씨는 한국에 쌀을 수출하는 미국 곡물 회사들로부터 수천만 달러의 리베이트(뒷돈)를 챙겨 이 돈으로 로비를 했다. 한국은 미국이 저리 융자해 준 차관으로 쌀을 사고, 미 의원들은 자기 주(州)의 쌀을 팔아 지역구민들에게 환심을 사는'누이 좋고 매부 좋은' 식의 거래였다. 미국 사회가 발칵 뒤집혔지만 박씨는 증언을 조건으로 사면받았다.

박씨가 미 의회와 행정부 거물들을 불러 로비하려고 66년 구입한 '조지타운 클럽'은 아직도 워싱턴 시내 로비스트들의 모임 장소다. 회원 700여 명 대부분이 로비스트고 박씨는 이 클럽의 명예회장이다.

뉴욕.워싱턴=심상복.김종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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