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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년생 동갑내기 … 긴장한 황병서, 김관진 보자 활짝 웃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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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김관진 국가안보실장과 황병서 북한군 총정치국장 라인은 지난해 10월 처음 가동됐다. 두 사람이 당시 인천 아시안게임 폐막식을 관람하는 모습. [중앙포토]

22일 판문점 남측 지역인 평화의 집에 들어선 북한 군부 1인자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은 무표정한 얼굴로 성큼성큼 걸었다. 그러다 왼편에서 그를 기다리던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발견하자 표정이 환해졌다. 미소를 띤 김 실장과 그는 악수를 하며 10여 초간 반갑게 인사말을 주고받았다. 김 실장과 황 총정치국장은 구면이다. 지난해 10월 4일 인천 아시안게임에 이어 두 번째 만남이다.

 22~23일 두 차례 남북 고위급 접촉은 황 총정치국장이 남측 요구로 북측 수석대표로 나서면서 중량감을 더했다. 황병서-김양건 북한 조합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이너서클 중에서도 핵심이다. 하지만 지난해 인천 아시안게임에 황 총정치국장, 김양건-최용해 노동당 비서 등 3명이 김정은 제1위원장 특사 자격으로 방한했을 때 ‘김정은의 메신저’ 역할을 한 것은 황 총정치국장이었다. 당시 황 총정치국장은 김 제1위원장의 메시지라며 “이번에 좁은 오솔길을 냈는데, 앞으로 대통로로 열어가자”는 말을 전했다.

 김관진-황병서 회담 조는 닮은 점도 많다. 1949년 동갑내기인 데다 두 사람 모두 전임 정권 때부터 신임을 받고 있다.

 김 실장은 이명박 정부 중반기인 2010년 12월 국방부 장관으로 임명됐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국방부장관 자리를 지키다 지난해 6월 청와대 안보실장에 임명됐다. 황 총정치국장은 고(故)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절인 2005년 노동당 핵심 부서인 조직지도부 부부장에 발탁됐다. 그는 김정은을 생모인 고영희가 후계자로 옹립하는 과정에서 막후 지원을 한 1등 공신이다. 김정은 체제에선 지난해 4월 북한군 대장이 됐고 뒤이어 차수(원수 바로 아래) , 총정치국장에 올랐다. 그의 또 다른 직함은 ‘노동당 정치국 상무위원’이다. 이 직함은 김 제1위원장과 헌법상 국가수반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황 총정치국장만 갖고 있는 것으로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그의 경쟁자는 최용해 노동당 비서다. 최 비서는 김일성과 함께 활동했던 최현의 아들인 반면 황 총정치국장은 핏줄보다 발로 뛰어 신임을 얻은 경우다. 특히 2013년 장성택 숙청·처형 국면을 황 총정치국장이 주도한 후, 김정은 현지지도 수행 횟수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김 제1위원장에겐 항상 조심하는 모습을 보인다. 지난 6월 북한군 훈련일꾼대회 후 기념촬영장에서 김 제1위원장을 수행하다 자신이 한 걸음 앞서 걸어가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 바로 뒷걸음으로 세 걸음을 옮겼다.

 김양건(73) 당 비서와 홍용표(51) 통일부 장관 조는 닮은 점보다 다른 점이 더 많다. 스물두 살의 나이 차도 그렇지만 대남업무를 ‘평생의 업’으로 삼아 반세기 이상 활약해 온 베테랑(김양건)과 교수 출신의 ‘뉴 페이스’(홍 장관)란 차이가 더 크다. 그러나 홍 장관도 박 대통령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정책 입안에 역할을 한 핵심 통일정책 참모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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