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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는 아프리카서 퍼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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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지금과 같은 모습의 인류는 최소한 16만년 전 아프리카에 처음 등장했으며, 이후 지구 곳곳으로 퍼져나갔음을 증명하는, 지금까지 발견된 것 중에서 가장 오래된 현생인류의 화석이 에티오피아에서 발견됐다고 과학전문잡지 네이처가 12일 보도했다.

네이처에 따르면 미국 UC 버클리대의 팀 화이트 교수와 에티오피아 학자들의 공공연구팀은 3년 전 에티오피아 아파르 지역의 헤르토 마을에서 발견한 인류 화석을 분석한 결과 16만년 전의 것으로 확인했다.

3백여개의 조각으로 발견된 화석을 맞춰 형태를 확인한 버헤인 아스포 박사는 "어른 두 명과 어린이 한 명의 머리뼈를 확인했는데 해부학적 형태에서 지금 인류와 동일했다"며 "아르곤을 이용한 연대측정 결과 16만~15만4천년 전의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는 이전까지 가장 오래된 인류 조상의 화석이던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클라시스 화석(10만년 전)과 이스라엘의 카프제.스쿨 화석(9만~13만년 전)보다 7만~3만년을 앞서는 것으로 현생 인류의 기원이 그만큼 거슬러 올라간 것이다.

게다가 이번 발견은 유전학자들이 그동안 벌여온 인류 기원에 대한 연구 결과를 강력하게 뒷받침하는 것이라고 네이처는 평가했다. 즉 유전학자들이 DNA를 분석한 결과 '인류는 20만년 전에 에티오피아나 탄자니아에서 현재의 모습으로 등장했다'는 결론을 내렸는데 바로 그 지역에서 인류와 골격이 동일한 호모 사피엔스의 화석이 발견됨으로써 이를 확인했다는 것이다.

영국의 데일리 텔레그래프는 "인류 기원과 진화 연구의 잃어버린 고리를 찾은 것"이라고 평했다.

뿐만 아니라 이번 발견으로 인류의 조상이 아프리카에서 현재의 모습으로 진화한 뒤 다른 곳으로 퍼져나갔음도 확인했다.

학계에는 지금까지 '아프리카에서 현재의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로 진화한 뒤 다른 지역으로 퍼져가 진화가 덜된 네안데르탈인 등을 대체했다'는 아프리카 기원설과 '진화가 덜된 시기에 아프리카에서 나와 유럽.아시아 등 곳곳에서 호모 사피엔스로 진화했다'는 다기원설이 공존했다.

BBC는 "하지만 이번 발견으로 진화가 덜된 네안데르탈인보다 이전의 시기에 아프리카에 인류와 동일한 골격을 지닌 호모 사피엔스가 존재했다는 것이 확인됨으로써 아프리카 기원설이 더욱 설득력을 얻게 됐다"고 보도했다.

연구팀은 화석 머리뼈가 현대인과 비교해서 앞뒤가 약간 길고 눈 윗부분이 툭 튀어나와 있어 현대인의 학명인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Homo sapiens sapiens)와는 다른, 호모 사피엔스 이달투(Homo sapiens idaltu)라는 학명을 붙였다. 이달투는 화석이 발견된 아파르 지역 현지어로 '연장자'라는 뜻이다.

이번에 발견된 화석 주변에는 화산석으로 만든 6백40여점의 구석기와 하마.물소 등의 뼈도 함께 발견돼 당시 호모 사피엔스가 도구를 사용해 사냥 등을 했음을 보여줬다.

채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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