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130곳 채용 때 NCS 본격 적용 … "암기식 문제풀이로는 합격 어려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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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S기반 채용시험은 암기보다 직무에 필요한 요건을 갖추는 게 핵심이다. 지난 5월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주최한 권역별 설명회. [사진 한국산업인력공단]

취업난에 마음이 절박한 취업준비생을 혼란하게 만드는 무분별한 사설강좌에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 국가직무능력표준(NCS)을 기반으로 한 공공기관 채용담당자는 “직무능력은 달달 외운다고 되는 것이 아니며 NCS기반 채용시험을 문제풀이식으로 접근하면 실패한다”고 강조했다.

NCS(국가직무능력표준·National Competency Standards)란 산업현장에서 직무 수행을 하기 위해 요구되는 지식·기술·소양 등을 국가 차원에서 표준화한 것이다. 최근 한국서부발전을 비롯해 130개 공공기관이 채용제도에 NCS를 본격적으로 적용하기로 결정해 취업준비생뿐 아니라 국민의 관심을 받고 있다. NCS기반의 채용제도 개편은 그동안 ‘스펙 쌓기’로 과열됐던 채용시장에 변화를 줄 것으로 보인다.

공공기관의 취지와 달리 최근 들어 ‘NCS 대비반’ ‘NCS 패키지’ 등의 사설 강좌가 등장하며 또 다른 ‘스펙’ 경쟁을 부추기고 있는 상황이다. 또 NCS 개발 전담기관인 한국산업인력공단과 고용노동부 로고를 무단 도용하거나 ‘인증 시험’이라는 단어를 사용해 취업준비생들의 혼란을 가중시키기도 한다. 강의료 역시 2만원부터 많게는 170만원을 호가하고 있어 경제적으로 어려운 취업준비생에게 큰 비용 부담을 지우는 것도 문제다.

고용부는 교육부와 함께 NCS 관련 사설학원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해 허위·과장 광고 등에 대한 제재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지난 7월 고용부는 설명자료 발표를 통해 현재 NCS 관련 국가공인시험은 없으며, 향후에도 국가공인시험으로 지정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이미 밝힌 바 있다.

정작 채용 담당자들은 NCS 대비를 위해 사설 강좌를 듣는 등 암기식 접근은 무의미하다는 데 의견이 일치한다. 실제 NCS기반 채용시험 준비를 위해서는 직무에 필요한 요건을 먼저 갖추라고 당부한다.

양기훈 한국산업인력공단 NCS센터 원장은 “NCS를 기반으로 한 전형은 직무 수행에 꼭 필요한 ‘역량’에 대한 평가”라며 “암기식으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희망 직무의 수행을 위해 어떤 능력이 필요한지를 충분히 숙지하고, 직무와 본인 간의 적합성과 실행 가능성에 역점을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난해부터 NCS 전형을 도입한 홍지영 한국국토정보공사 인사처 팀장은 “NCS 기반 채용제도의 취지는 스펙이 높은 인재(Best people)가 아닌 우리 회사에 꼭 맞는 인재(Right people)를 뽑자는 것이기 때문에 채용공고문부터 직무에 관해 상세하게 설명한다”며 “기존에 ‘사무 00명’식의 단순 언급이었다면, 변화된 채용 공고에선 ‘NCS에 근거한 직무설명서’를 첨부하고 있으며 면접에서도 암기식 대비를 한 사람보다 직무를 위해 관련 교육이나 자격, 경험 등을 갖춘 사람이 더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NCS기반 채용을 진행한 황선일 한국전력공사의 인사처 차장은 “NCS기반의 면접 대비는 문제풀이식 접근보다, 해당 직무의 이해도를 높여 직무에 딱 맞는 커리어를 쌓는 것이 유리하다”며 “직무 이해도는 주변 인적 자원을 활용하거나, 회사별 사보, 웹진 등을 통한 정보 수집을 통해 높일 수 있으며 직무 관련 커리어가 없거나, 전공불일치 상황이라면, 본인의 경험이나 연수 등 직무와 관련되는 부분을 어필해야 한다”고 밝혔다.

NCS기반 전형을 대비하기 위해서는 희망 직무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자신의 능력과 맞추는 것이 우선시 돼야 한다. 올해 NCS기반 채용 시험을 전면 도입한 한국산업인력공단의 글로벌HRD지원팀에 합격한 박진양 대리는 “NCS기반 전형은 채용 제도가 전면 개편됐다기보다 보완된 것인데도, 일각에서는 기존의 자격증이나 어학점수, 연수 경험이 무용지물이 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었다”고 말하며, 자신의 경우 “외국어능력과 연수 경험이 오히려 직무와 밀접한 연관성이 있어 면접에 유리했다”고 전했다.

또 한국서부발전 태안발전본부 발전팀에 입사한 이재수 사원은 “과거 한국서부발전은 어학점수, 자격증 등 좋은 스펙 소유자가 유리해 도전하기가 어려웠지만 NCS 기반 채용으로 바뀌자 예전의 기계를 다뤘던 경험이 채용 시 강점이 될 것 같아 지원할 수 있었고, 합격할 수 있었다”며 “관련 경력이 현재 직무에서도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다 자세한 채용준비방안을 알아보려면 NCS공식사이트(www.ncs.go.kr)를 참고하거나, 정부와 공단 주도의 NCS 상설교육과정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

송덕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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