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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생 100돌…다시 읽는 조지 오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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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5일은 '동물농장' '1984년'으로 유명한 영국 작가 조지 오웰의 탄생 1백주년이 되는 날이다. 1950년 47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그는 작가로서뿐 아니라 행동하는 지식인의 전형을 살았다.

1999년 영국 BBC 방송이 새로운 밀레니엄을 맞아 실시한 조사에서 '지난 1천년간 최고의 작가' 부문 3위(1위는 셰익스피어, 2위는 제인 오스틴)에 올랐을 만큼 서양문학사에서 그는 무시못할 위치에 있다.

영문학에서는 '오웰주의'라는 뜻의 Orwellian이나 Orwellism이라는 표현이 따로 있을 정도다. 그는 명문 사립학교인 이튼 스쿨을 졸업했으나 성적이 나빠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영국의 식민지였던 버마(현 미안마)에서 경찰로 근무했다.

그러나 제국주의 통치에 염증과 회의를 품고 고향으로 돌아와 자발적으로 밑바닥 생활을 하면서 사회의 어두운 현실을 자각하기 시작했다. 이후 그의 작품은 사회 비판적인 성격을 강하게 띠었다.

오웰은 단지 작가에 머물지 않고 스페인 내전이 발발했을 때는 공화파를 위해 직접 총을 들기도 했다. 이 내전의 경험은 '카탈로니아 찬가'로 정리돼 출간됐다.

미국에서는 지난 2일 워싱턴 DC 신문기자클럽이 오웰 탄생 1백주년 기념 세미나를 열었다. '조지 오웰의 유산''감시에 관한 법률과 기술''사생활에 대한 법률과 기술'등이 주제였다.

오웰이 '1984년'에서 제기한 초권력('빅 브라더')에 의한 사생활 침해를 본격적으로 논의하는 자리였다. 세미나에 토론자로 참여한 UCLA 법대의 제리 강 교수는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는 상황을 가리키는 '유비쿼터스(Ubiquitous:도처에 있는) 시대'가 되면 이런 기술을 이용해 개인에 대한 통제와 감시가 가능하다"고 경고했다.

한국인인 강교수는 '정보화사회연구소'를 운영하며, 정보화 사회로 인해 빚어지는 인종.윤리.법률 문제를 다뤄왔다. 그는 이 세미나에서 개인 정보의 유출 문제를 언급하면서 "일부에 의해 독점되는 정보를 공유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웰의 소설.에세이.기고문 등을 패러디한 글을 공모하는 콘테스트도 열렸다. 국내에서 오웰은 '1984년''동물농장'으로만 유명하지만, 그는 탄광업.차(茶).살바도르 달리.영화 등 다양한 주제로 글을 써온 작가다.

영어 초심자들에게 오웰의 책을 권하는 데서 보듯이 그의 글은 명징하고 쉽지만 상징성이 강하다. 이러한 그의 문장을 흉내낸 글 가운데 오웰의 풍자 정신, 사회 비판 정신을 제대로 살린 글을 가려 뽑는다는 것이다.

한편 한국에서는 특별한 행사는 계획돼 있지 않지만 박홍규(영남대)교수가 '조지 오웰' (이학사)이라는 이름으로 평전을 펴냈다. 박교수는 오웰의 생애와 함께 그가 쓴 에세이 등 국내에 소개되지 않았던 글을 모았다.

박교수는 오웰이 한국에서 반공주의 작가처럼 인식돼 온 점을 불식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1945년 출간된 '동물농장'을 가장 먼저 번역한 나라가 한국이라고 한다.

당시'동물농장'은 냉전시대에 소련이나 북한과 같은 공산권 국가를 비판하는 우화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었다. 48년 나온 '1984년'도 이런 맥락에서 재빨리 국내에 번역됐다는 것이 박교수의 주장이다.

그러나 오웰은 반공주의자가 아니었다. 박교수는 오웰을 정치와 예술을 합일시키는 것을 평생 이상으로 삼은 작가, 공산주의와 자본주의를 넘어서는 새로운 사회를 구상한 '진정한 의미의 자유주의자'로 규정했다.

홍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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