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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탈주민 "소비생활용어 어렵다"

중앙일보

입력

‘컨템퍼러리 스트릿 브랜드(젊은층을 겨냥한 준명품)’ ,‘심쿵세일(심장이 쿵 떨어질만큼 대대적인 할인행사)’ 등등.

북한 이탈주민이 남한 정착 과정에서 영어식 용어와 신조어 등 소비생활용어를 이해하는 데 가장 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전국 20∼40대 북한 이탈주민 621명을 대상으로 소비생활 애로점을 조사한 결과 가장 많은 16%가 소비생활용어를 이해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고 답했다. ‘광고의 내용이 사실인지 알 수 없다’(15.3%), ‘품질 비교 어려움’(12.6%), ‘사기피해의 두려움’(10.2%) 등이 뒤를 이었다.

2010년 같은 조사에서는 ‘품질비교 어려움’이 1위였는데, 이번 조사에서 3위로 떨어지고 2위였던 ‘소비생활용어 이해 어려움’이 1위로 올라섰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소비 생활 용어 이해의 어려움은 2010년보다 심화됐다”며 “최근 영어식 용어와 신조어 등이 늘면서 북한 이탈주민의 어려움을 가중시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소비자 지식과 태도 등을 살펴 외부 소비환경에 적응하는 정도를 따지는 소비자 역량은 평균 54.3점이었다. 이는 지난해 조사한 20~40대 일반 국민의 소비자 역량 평균 66.1점의 82.1% 수준이다. 9개 영역 54개 항목을 조사했는데, 북한 이탈주민의 소비자 역량은 9개 영역에서 모두 일반 국민보다 낮았다. 특히 소비 사회 적응 역량에서 일반 국민보다 20.2점이나 낮았다. 이어 정보 이해 활용 역량과 위험 관리 역량, 자산 부채 관리 역량이 각각 17점, 14점, 13점 떨어졌다.

거주 기간에 따라 소비자 역량도 달랐다. 북한 이탈주민은 남한 거주 기간이 3년 미만인 경우는 51.5점, 3년 이상~7년 미만은 54.0점, 7년 이상은 58.1점이었다. 거주 기간이 7년 이상은 일반 국민 소비자 역량의 87.9% 수준으로 올라갔다. 소비자원은 “북한 이탈주민의 안정적 정착을 위해서는 7년 이상의 장기적인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반면 북한 이탈주민은 일반 국민보다 소비생활 만족도가 높았다. 최근 1년 내 경험한 소비생활에 대한 북한 이탈주민의 만족도는 평균 67.6점으로, 일반 국민 20~40대 평균 62.7점보다 4.9점 높았다. 10개 생활영역 가운데 보건의료 분야가 73.4점으로 만족도가 가장 높았다.

소비자원은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북한 이탈주민의 소비자 역량을 제고할 수 있는 사업 추진과 자산ㆍ부채 관리 역량, 소비 사회 적응 역량, 정보 이해 활용 역량 개선을 위한 소비자 교육 프로그램 개발 및 보급 등을 관련 부처에 건의할 예정이다.

심재우 기자 jw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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