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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K·동아, 과징금 '51억'에 배상금 '8억'까지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의약품 특허보호와 담합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제약업계에 경종을 울리는 판결이 나왔다.

주인공은 GSK(글락소스미스클라인)과 동아제약(현 동아ST)이다. 단순히 시장진출을 막아 경쟁을 방해했다는 점에서 나아가 소비자의 의약품 선택권을 침해하고 보험재정을 낭비하도록 유도했다는 점을 법원에서 인정했다는 사실에 더 주목을 끌었다.

법원, 건보공단 손실 70% 인정


서울서부지방법원 제12민사부(재판장 이우철 부장판사)는 12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지난해 9월 GSK와 동아제약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건보공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경쟁제한으로 보험재정이 추가로 지급됐다며 이들 제약사에게 각각 8억 6700여 만원을 건보공단에 배상할 것을 판결했다. 처음 건보공단이 제시한 배상액의 70% 수준이다.

의약품 특허는 일반적으로 복제약 개발사가 신약 특허권자에게 지불한다. 그런데 신약 특허권자가 복제약 개발사에게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는 경우가 있다.

바로 '역지불합의(Reverse Payment)'다. 특허분쟁을 합의로 종결하면서 복제약 출시나 판매를 포기하는 대가로 지급하는 것.

이같은 역지불합의로 복제약은 평균 5년에서 최대 9년 가까이 늦게 출시된다는 분석도 있다.

예를 들어 복제약의 시장진입이 늦어지면 특허권자는 경쟁자가 줄어 마케팅 활동이 편해진다. 약값인하 부담도 덜하다.

문제는 독점적 이익을 인정하는 특허와 시장경쟁을 촉진하는 경쟁법이 충돌할 때다. 미국에선 2012년 글로벌 제약시장에서 역지불합의는 약 40건에 이르며, 관련 의약품 역시 30개가 넘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제약업계에서 이같은 사실을 확인한 것은 GSK와 동아제약이 처음이다.

▲역지불합의로 발매가 늦어진 제네릭 사례

후발업체 동아제약에 당근 내밀어 시장진출 저지

시작은 약 1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동아제약은 1998년 GSK의 항구토제인 '조프란'을 개량한 개량신약 '온다론' 개발에 성공했다.

당시 GSK는 조프란 제법특허로 독점판매권을 가지고 있었다. 동아제약은 이와는 다른 방식으로 개발에 성공한 것.

이후 동아제약은 조프란 대비 90%가격으로 출시했고, 1998년에는 76%수준으로 약값을 조정했다. 위기감을 느낀 GSK는 후발주자인 동아제약에 특허침해금지소송을 제기했다.

다툼 끝에 GSK는 동아제약에 항구토제의 국공립병원 판매권과 항바이러스제의 독점판매권을 부여했다.

동아제약은 항구토제뿐만 아니라 분쟁 대상 특허와 무관한 항바이러스제에 대해서도 동종 제품의 연구개발, 제조판매 등을 하지 않기로 했다.

소송은 취하됐고, 동아제약은 온다론을 시장에서 철수했다. 비밀스런 합의가 이뤄진 것이다. 이 때가 2000년 4월이다. 이 합의는 특허 만료기간인 2005년 1월을 넘어 2011년 10월까지 지속됐다.

이같은 사실은 2011년 공정거래위원회에 조사를 착수하면서 뒤늦게 알려졌다.

공정위는 시정명령과 함께 총 51억7300만원(GSK 30억4900만원·동아제약 21억24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당시 공정위는 이같은 합의로 GSK가 올린 부당매출이 160억원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대법원 역시 지난해 2월 양사의 역지불합의에 대해 거래지역 또는 상대방을 제한하고, 다른 사업자의 사업 활동을 제한하는 부당한 공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당시 같이 논란이 됐던 발트렉스는 역지불합의 연관성이 법원에서 인정되지 않았다.

이자 포함하면 배상비용 늘어날 듯

건보공단은 이 판결을 토대로 2014년 9월 이들 제약사를 상대로 건보재정에서 추가로 지급한 약값 손해를 배상하라며 민사소송을 제기한 것.

쟁점은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이들 제약사의 부당한 공동행위로 건보공단이 손해를 입었는지 여부, 손해가 인정된다면 배상범위 및 금액은 어떻게 산정할 것 인지 여부다.

법원을 판결은 간단했다. 재판부는 "이들 제약사의 합의는 잠재적 경쟁관계에 있는 사업내용을 제한해 실질적으로 항구토제 시장경쟁을 제한하는 부당한 공동행위로, 건보공단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제약사에서 특허만료기간인 2005년 1월 25일 이후에 발생한 손실은 인과관계가 없다고 주장했지만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배상금액은 시장점유율 이론에 따라 산정됐다. 합의가 없었을 때 예상되는 시장점유율에 따라 예상 판매량을 환산해 손해배상금을 산정하는 방식이다.

의약품은 약제급여목록에 등재된 순서를 기초로 상한가가 조정된다. 실거래가를 형성하는데 수요·공급·생산량 등 통상적으로 가격에 미치는 요소가 개입될 여지가 적다. 따라서 시장점유율을 토대로 손실을 추정하는 것이 합당하다는 것.

이번 사건에서는 당시 실적이 가장 좋았던 유한양행과 유사한 수준으로 분석해 손해배상액을 추정했다. 이렇게 계산된 금액이 각각 8억여 원이다. 다만 실제 지급해야 할 배상은 이자 등을 포함하면 이보다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해당 제약사들이 항소를 결정할 가능성이 커 향후 어떻게 진행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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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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