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는 불응하고 시간대마저 분리 북한 표준시 유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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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얼굴) 대통령이 10일 북한의 표준시 변경 방침을 강하게 비판했다. 북한의 특정 정책을 콕 집어서 대통령이 직접 비판한 건 이례적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광복 70주년과 분단 70년을 맞아 우리가 남북대화와 동질성을 위한 일련의 조치들을 제안하는 상황에서 북한이 어떤 사전 협의와 통보도 없이 표준시 변경을 발표한 것은 매우 유감”이라고 말했다. 이어 “북한이 우리의 대화와 협력 제안에는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으면서 시간대마저 분리시키는 것은 남북 협력과 평화통일 노력에 역행하는 것이자 국제사회의 의견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번 조치로 인해 남북 간 이질성이 더욱 심화될 우려가 있고, 북한의 독단적 결정에 대해 국제사회의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며 “북한은 분단 고착을 도모하거나 고립의 길로 빠져들지 말고 민족의 동질성과 연계성 회복의 길로 나와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은 취임 이후 ‘통일 대박’ 등을 얘기하며 남북 간 동질성 회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해 왔다”며 “하지만 동질성 회복을 해도 모자랄 판에 북한이 표준시를 변경한 것은 반통일적인 자세로 박 대통령이 이를 굉장히 엄중하고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통일부 정준희 대변인도 정례브리핑에서 “남북 간 이질성이 더욱 심화될 것이 우려된다”며 “북한이 남북 간 시간대마저 분리시키려는 것은 남북 협력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평화통일 노력에 역행한다”고 비판했다. 남북 간 시차로 인해 발생할 개성공단 출입·경 절차 등의 불편에 대해선 “혼선을 최소화하도록 철저히 대비할 것”이라며 “북한은 대화에 호응해 시간을 비롯한 남북 표준 문제에 협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북한은 지난 7일 “일본 제국주의자들이 삼천리 강토를 무참히 짓밟고 우리나라 표준시를 빼앗았다”며 광복 70주년을 맞는 15일부터 표준 시간을 기존에 사용하던 동경시보다 30분 늦춰 ‘평양시’를 사용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정부의 문화융성 정책기조 등을 설명하며 “통일을 이루기 위한 노력으로 남과 북이 만나고 마음을 열 수 있는 것이 바로 문화와 체육”이라며 “문화를 공유하고 나눌 수 있는 여러 가지 안을 만들어 문화가 통일을 이루는 데 기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당부도 빼놓지 않았다.

신용호·전수진 기자 nov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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