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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싱크탱크 “대중 정책 바꿔야” 목소리 커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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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적인가 친구인가.” 미국이 대중(對中) 정책 전환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2005년 9월 로버트 졸릭 당시 국무부 부부장(차관)이 “중국은 (미국의) 책임 있는 이해당사자(stakeholder)”로 양국 관계를 정의한 지 10년 만이다. 당시 졸릭의 뉴욕 미·중 관계위원회 연설로 조지 W 부시 1기 행정부가 펼쳤던 대중 강경책이 폐기됐다. 배경은 미국 경제의 자신감이었다. 2004년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은 11조7343억 달러로 중국 1조6537억 달러의 7.1배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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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들어 본격화한 미국의 대중 정책 검토도 경제가 배경이다. 중국의 지난해 GDP는 10조3554억 달러를 기록했다. 일본의 위기감과 우경화는 2010년 중국에 GDP 2위 자리를 빼앗기면서 본격화됐다. 이미 지난해 일본의 GDP는 4조7698억 달러로 중국의 절반에도 훨씬 못 미친다.

 2016년 대선을 앞두고 차기 행정부 입각을 노리는 워싱턴 싱크탱크를 중심으로 대중 정책 전환의 필요성이 힘을 얻고 있다.

 논쟁은 강경파가 주도하고 있다. 외교관계위원회(CFR)의 로버트 블랙윌 연구원과 카네기국제평화연구소의 애슐리 텔리스 연구원은 지난 3월 ‘미국의 대중 대전략 수정’이란 정책보고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중국은 이미 미국의 핵심 라이벌”이라며 “중국의 굴기(우뚝 섬)를 억제하고 방해하는 것을 (미국의) 정책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미국의 경제 활성화, 군비 확대, 아시아·태평양 동맹국과의 경제·무역 관계 확대, 중국의 선진 무기 및 주요 군사 기술 획득 저지 등을 구체적인 정책으로 제시했다.

 마이클 오슬린 기업연구소(AEI) 연구원은 “전략경제대화(S&ED) 등 전시 행정에 불과한 대화 채널을 폐기하고, 중국의 해킹 행위에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앤드루 크레피네비치 전략예산평가센터(CSBA) 소장은 한발 더 나갔다. 그는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 3·4월호에 ‘어떻게 중국을 억제할 것인가’란 글을 기고했다. “미국과 동맹국이 오키나와·대만·필리핀을 잇는 제1열도선(列島線)에 해안 방어를 위해 반(反)함크루즈 미사일 및 기동발사장치를 설치해 중국 해군이 태평양으로 나아가려는 ‘충동’을 억제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중의 충돌을 우려한 협력파도 반격에 나섰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을 지낸 제프리 베이더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미국은 새로운 적을 만들려는가’라는 부제의 정책보고서를 통해 강경파를 견제했다. 중국과의 협력은 닉슨 이후 미 대통령 8명의 일관된 정책이었다며 중국과의 협력 확대가 아시아 지역의 평화 유지를 위한 유일한 방법이라고 했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현상 유지를 주장하고 있다. 마이클 그린 CSIS 선임부소장이 주도한 ‘아시아 연합 방어’ 정책보고서는 지역 협력 안보 체제의 구축을 강조했다.

 국제 중국 학계를 모니터링하는 중국 웹사이트 ‘정견(政見)’은 지난 7일 “냉전이 끝난 뒤 20년간 이어진 미·중의 ‘적도 아니고 친구도 아닌’ 관계는 이제 미국 전략가들을 만족시킬 수 없게 됐다”며 “미국의 중국에 대한 불신이 적대감으로 발전했다”고 평가했다.

신경진 기자 shin.kyungjin@joongang.co.kr

◆이해당사자(stakeholder)=내기에서 판돈을 관리하는 사람. 로버트 졸릭은 당시 이해당사자란 용어로 기존 국제질서에 대한 중국의 책임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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