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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제작도 예기치 않은 것까지 예측해야 한다, 스파이처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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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영화 제작도 예기치 않은 것까지 예측해야 한다, 스파이처럼
크리스토퍼 맥쿼리 감독

톰 크루즈와 크리스토퍼 맥쿼리(47) 감독의 합작이 벌써 네 편째다. 크루즈와 맥쿼리는 스릴러 ‘작전명 발키리’ 와 SF 액션 ‘엣지 오브 투모로우’(2014, 더그 라이먼 감독)에서는 주연 배우와 시나리오 작가로, ‘잭 리처’와 ‘로그네이션’에서는 주연 배우와 감독으로 만났다. ‘로그네이션’은 두 사람의 찰떡 호흡을 자랑하는 작품이자,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의 건재함을 과시하는 쫀쫀한 속편이다. ‘로그네이션’ 홍보차 서울을 찾은 맥쿼리 감독을 만났다.

-첫 장면부터 엄청난 액션을 선보인다. 헌트가 날아가는 비행기 문에 맨손으로 매달리는 장면 말이다.

“크루즈가 달리는 비행기에 직접 매달려 찍은 장면이다. 크루즈가 비행 속도 때문에 눈을 뜰 수 없어 특수 렌즈를 끼고, 소음 때문에 귀마개를 끼고 촬영했다. 그가 보지도 듣지도 못하는 상황이라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때 크루즈가 ‘내가 정말 공포에 질린 것처럼 보여도 ‘컷!’ 하지 마요. 연기를 하고 있을 뿐이니까’라고 했다. 그 말을 듣고 될 대로 되라 하는 마음으로 모니터 앞에 앉았다(웃음).”

-액션도 액션이지만, 스파이들끼리 속고 속이며 끝까지 어떻게 흘러갈지 예측할 수 없는 이야기가 더 돋보인다.

“이 영화를 기획할 때부터 원작인 동명 TV 시리즈(1966~73, CBS)를 기리고 싶었다. 원작은 매회 결말에서 반전을 보여주는 것이 특징이었다. ‘로그네이션’에서도 반전을 만들어 내고 싶었는데, 구체적인 방법이 잘 떠오르지 않았다. 그래서 결말을 비워둔 채 촬영을 시작했다. 정확히 어떤 결말이 될지 몰랐지만, 반전을 위해서는 이야기 곳곳에 작은 속임수를 심고, 주인공 헌트 또한 누군가에게 속고 있는 상황을 만들어야 했다.”

-제작비 1억5000만 달러의 액션 블록버스터를 만들면서, 완성된 시나리오 없이 촬영을 시작했다니 놀랍다.

“지금껏 이런 이야기를 해준 사람이 없었다니 안타깝다(웃음). 할리우드에서 이런 일은 생각보다 자주 일어난다. ‘로그네이션’처럼 규모가 큰데 촬영 일정은 빡빡하고 정해진 개봉일을 맞춰야 하는 영화일수록 제작 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혼란은 겪게 마련이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일사는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를 통틀어 가장 멋진 ‘미션걸’인 것 같다.

“헌트와 동등한 관계에 있으면서도 계속 그에게 도전하는 여성 캐릭터를 만들고 싶었다. 일사의 마지막을 어떻게 처리할지 계속 고민했다. 난 늘 그 역을 맡은 배우를 관찰하며 시나리오를 쓴다. 헌트와 일사의 이별 장면도 촬영 일주일 전쯤 시나리오를 완성했다. 이 영화를 찍으면서 크루즈는 물론 나 역시 퍼거슨을 동료로 아주 좋아하게 됐고, 그와 헤어지고 싶지 않았다. 그 마음이 두 사람의 이별 장면에 담겼다고 생각한다.”

-다른 스파이영화인 ‘007’과 ‘본’ 시리즈는 속편이 거듭될수록 주인공이 스파이로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혼란을 느낀다. ‘로그네이션’의 헌트는 더 이상 그런 고민은 하지 않는다.

“‘미션 임파서블’ 1~3편에서 헌트는 그 고민을 풀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그는 4편인 ‘고스트 프로토콜’(2011, 브래드 버드 감독)에서 미국 정부로부터 어떤 도움도 받지 못하는 상태로 러시아의 핵무기 발사를 막는 비밀 작전을 수행한다. 그 과정에서 스파이로서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였다고 할 수 있다. ‘로그네이션’에서 그는 자신이 스파이라는 사실을 즐기고 있다.”

-이 영화의 핵심은 IMF의 최고 요원 헌트와 신디케이트의 수장인 레인(숀 해리스)이 벌이는 두뇌 싸움에 있다. 결국 모든 걸 예상하고 더 멀리 내다본 사람이 이긴다. 감독이자 시나리오 작가로서 당신은 작업 중인 영화가 어떤 작품으로 완성될지 어떻게 내다 보나.

“20년 넘게 영화계에 몸담다 보니 완전히 새롭고 놀라운 것을 경험할 기회가 점점 줄어든다. 매일 촬영장에 갈 때마다 그런 일이 일어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그 생각이 그대로 현실이 된 적은 한 번도 없다. 영화계에서 성공하려면 예기치 않은 일까지 예측해야 한다. 영화를 만드는 과정에서 어떤 문제가 생기고, 누가 어떻게 행동할지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글=장성란 기자 hairpin@joongang.co.kr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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