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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경선 열기속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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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나라당이 11일 13일간의 당 대표 선출을 위한 공식 선거운동에 돌입했다.

6명의 주자는 이날 후보자 등록을 마쳤으며 투표일인 24일까지 전국을 돌며 TV토론과 유세전을 편다. 추첨 결과 주자들의 기호는 최병렬(崔秉烈).강재섭(姜在涉).김형오(金炯旿).김덕룡(金德龍).서청원(徐淸源).이재오(李在五) 순이었다.

또 이번 선거에선 당무 의결권을 쥐게 될 40명의 시.도별 지역대표도 함께 뽑게 돼 한나라당은 경선 열기로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전당대회를 겸할 대표 경선 개표는 오는 26일 잠실체육관에서 한다.

경선의 특징은 22만7천4백45명에 달하는 선거인단 규모다. 이는 한국 정당 사상 최대규모다. 전체 유권자의 0.6%에 해당한다.

23만명 선거인단을 구성한 것엔 당원의 참여를 획기적으로 늘려 정당 민주주의를 실현한다는 뜻이 담겼다. 지난해 대선 때 흥행에 성공한 민주당의 '국민참여 경선'에 호되게 당한 경험이 한나라당식 이벤트를 만들어낸 것이다.

하지만 이런 정신이 현실로 나타날 것인지에 대해선 짚어봐야 할 대목이 적지 않다. 한나라당의 용량이 이런 초유의 정당실험을 감당할 수 있느냐에 초점이 모아진다.

우선 투표율 문제다. 투표는 평일인 24일 전국 지구당사에서 진행된다. 극소수 열성당원을 빼놓고 한여름에 일부러 지구당 사무실을 찾아가 투표하는 일반 당원이 얼마나 되겠느냐는 얘기다.

시.군.구별로 투표소는 한곳밖에 설치돼 있지 않다. 게다가 요즘은 농번기다.

특히 23만명 중 50%에 해당하는 11만여명은 중앙당이 컴퓨터로 무작위 추출해 지명한 선거인단이어서 실제로 이들이 투표를 할 가능성은 10%도 안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이에 따라 전체 투표율은 20% 안팎이 될 전망인데, 이럴 경우 과거 4만~5만명의 대의원으로 대표를 뽑는 경우와 다를 바 없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

특히 선거에서 진 후보들이 신임 대표의 대표성에 시비를 걸 소지도 없지 않다.

23만명의 나머지 50%는 지구당 위원장들이 추천한 선거인단으로 구성된다. 이들은 원내외 위원장이 직접 선택한 당원들이어서 중앙당 추천에 비해 높은 투표율을 보일 것으로 보인다.

기득권 정치를 개혁하기 위해 도입한 23만명 선거인단 제도가 계속 유지될지, 이번 한번만 하고 없어질지는 한나라당 6.26 전당대회의 또 다른 관심거리다.

23만명 변수 외에도 주자들 간의 연대 가능성이 승패를 가를 전망이다. 경선이 가열되면서 '반서(反徐)연대' '최병렬-김덕룡 연대' '최병렬-강재섭 연대'등 각종 소문이 무성하나 아직 구체적 실체는 없다. 그러나 후보 간 우열이 뚜렷해지는 선거 종반이 될 경우 극적인 후보 연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남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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