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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환 “노동개혁, 대한민국호 침몰의 문제 … 여야 끼면 안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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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사표를 냈던 김대환 노사정위원장이 7일 업무에 복귀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노사정 대화가 재개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조문규 기자]

김대환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장이 7일 복귀했다. 첫 업무는 기자간담회였다. 그는 “노동시장 개혁은 우리 경제 재도약을 위한 절체절명의 과제”라며 “어느 한쪽도 부당함과 억울함이 없이 공정한 (중재자의)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복안이나 노사정 대표에 대한 촉구는 자제했다.

 그런 김 위원장이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선 중재자로서의 역할에 대한 소신을 피력했다. 그는 “원만한 노사정 합의를 위해 정치권이 끼어들어선 안 된다. 정부는 한 건 하겠다는 식으로 공(功)을 다투지 말아야 한다. 경영계는 선제적으로 쟁점 사안에 대한 대안을 제시해야 하고, 노동계는 전향적인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했다. 김 위원장과의 인터뷰는 노사정위원회 복귀 전인 이달 1일과 4일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됐다. 지난 4월 9일 사퇴 이후 처음이다.

 -사표를 내고 120일 가까이 지났다.

 “전화번호도 바꾸고 외부와의 접촉을 자제했다. 인내와 자숙의 시간을 보냈다. 노동개혁은 국가적 대사인데, 이렇게 뒷짐을 지고 있어도 되는가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개인이나 단체, 정부의 문제가 아니라 몇 십 년을 먹고살 대한민국의 기둥을 세우는 일인데….”

 -지난 4월 노사정 대화가 왜 결렬됐다고 보나.

 “노사정 모두에 책임이 있다. 어느 한쪽에 책임을 돌리기 어렵다. 임금피크제 확산을 위한 취업규칙 개정과 저성과자 해고 문제가 어느 순간 노동개혁의 상징처럼 됐다. 노동개혁은 비정규직 보호, 사회안전망 확충, 원·하청 구조 개선, 임금체계 개편, 근로시간 단축과 같은 것이어야 하는데, 엉뚱한 방향으로 개혁 논의가 흘렀다. 정부가 왜 이걸 전면에 내세워 상징으로 만들었는지 이해가 안 된다.”

 -정부의 책임이란 말인가.

 “임금피크제 확산과 저성과자 해고 문제는 지금까지 노사 자율로 해왔다. 제도로 강제할 필요까지 있나 싶다. 노사정위 공익위원이나 학자들도 문제가 있다고 하지 않는가. 그렇다고 정부만 책임이 있는 건 아니다. 경영계는 뭐 하고 있는가. 지난 4월 노사정 대타협이 결렬된 뒤 경영계의 움직임이 전혀 안 보인다. 개혁 주체로서 비용의 관점으로 접근하지 말고 선제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 두 가지 사안이 논의를 가로막고 있다면 두 사안을 풀 방법은 없는지 고민해야 하는데 그게 없다.”

 -한국노총이 결렬선언을 하면서 논의가 막힌 것 아닌가.

 “결렬선언을 했기 때문에 그쪽으로 화살이 돌아갔다. 그런데 한국노총도 생각을 달리 해야 한다. 노동개혁에 대해 국민의 호응이 높다. 이 시기가 지나면 노총이 곤란해질 수 있다. 어떤 것을 무조건 폐기하라는 식으로 할 것이 아니라 다른 해법을 찾는 전향적인 자세를 가져야 한다. 조만간 김동만 위원장을 만나 조율해볼까 한다.”

 -노동개혁을 두고 정치권이 들썩인다.

 “2004년 비정규직법을 만들 때도 정치권이 끼어들어 엉망이 되지 않았는가. 국가적 대사에 여야가 각자의 셈법을 가지고 이익을 챙기려 하면 안 된다. 특히 야당은 정권 경쟁 차원에서 노동개혁을 다루려는 시도를 하면 곤란하다. 대한민국호의 침몰을 막는 민생 문제라는 생각으로 접근해야 한다.”

 -정부의 추진 의지도 점검해야 하지 않겠나.

 “지금 흘러가는 모양새는 대통령만 제대로 노동개혁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 내각은 어느 부처를 책임지는 장관이기 앞서 국무위원이다. 국가의 중대사에 부처별 영역이 따로 있을 수 없다. 자기 공(功)으로 만들기 위해 무리수를 두는 일도 없어야 한다. 일선 공직자도 ‘이 시기만 넘기자’라거나 ‘합의가 되겠어’라는 회의적인 시각으로 접근해선 안 된다. 사명감을 가지고 치열하게 일해야 한다. 만약 정부나 공직에 노동개혁의 걸림돌이 있다면 과감하게 제거하는 결단도 필요하다.”

글=김기찬 선임기자 wolsu@joongang.co.kr
사진=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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