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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배준, "태극마크" 집념의 스매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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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우페이쥔(周培俊.23). 중국의 청소년 탁구대표로 활약했던 그가 14일 안동 실내체육관에서 개막하는 전국종별탁구선수권대회를 통해 국내 무대에 첫 선을 보인다.

지난달 포스데이타에 입단, 정식으로 선수등록을 마친 지 20일 만이다. 외국의 탁구선수가 한국 국적을 취득해 국내 무대에서 뛰기는 그가 처음이다.

# 좌절, 그리고 새 출발

저우페이쥔은 여덟살 때 처음으로 라켓을 손에 쥐었다. 또래 아이들이 축구나 농구에 관심을 가졌던 것과 달리 그는 무작정 탁구가 좋았다. 처음엔 취미로 시작했지만 하루가 다르게 기량이 늘면서 본격적인 선수의 길로 뛰어들었다.

중국 청소년 대표로 발탁될 때까지만 해도 그는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류궈량의 뒤를 잇는 푸른색 테이블의 왕자를 꿈꿨다. 그러나 탁구 최강국인 중국에는 쟁쟁한 실력의 고수가 너무 많았다. 공링후이.마린 등 당대 최고수의 벽을 넘기엔 역부족이었다.

저우페이쥔은 무력감으로 라켓을 놓았다. 그러나 푸른색 테이블의 유혹은 강렬했다. 탁구를 떠나 있었던 1년여의 기간은 방황과 좌절의 나날이었다. 그는 새로운 곳에서 다시 한번 도전해보고 싶었다.

그때 떠올린 곳이 아버지의 친구(강원도 동해시 거주)가 사는 한국이었다. 저우페이쥔은 한국 가정에 입양되는 형식을 밟아 지난 2월 한국행 비행기를 탔다.

# 태극마크의 꿈

'한국인' 주배준에게 지금 가장 불편한 것은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혼자서는 외출을 하기도, 물건을 사기도 힘들다.

그러나 홍콩 출신 여자 탁구선수인 궈팡팡(23)과 결혼할 예정인 팀 선배 김승환(24)이 중국어를 잘하기 때문에 큰 힘이 된다고 털어놓았다. 종별선수권대회가 끝나면 본격적으로 한국어를 배울 계획이다.

주배준은 데뷔전인 종별선수권을 앞두고 현재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서울 동덕여고 체육관에서 팀 선배.동료들과 함께 막바지 훈련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1년 이상 라켓을 놓았던 탓에 아직 예전의 기량을 회복하진 못했지만 일단 상위권 입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셰이크핸드 전진 속공형인 주배준은 16일 남자 단식 1회전에서 국가대표 최현진(농심삼다수)과 대결할 예정이다.

포스데이타의 양현철 감독은 "주배준은 기본기가 탄탄하다. 성격도 좋고 셰이크핸드 선수로는 드물게 전진 속공형이어서 2~3년 잘 갈고 닦는다면 국가대표로 성장할 재목"이라고 말했다.

주배준은 "한국 선수들은 승부 근성과 집중력에서 중국 선수들보다 뛰어나다.

중국의 기술과 한국의 정신력을 접목하면 최강의 선수가 될 것 같다. 이른 시일 내에 태극마크를 달고 싶다"고 말했다.

정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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