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부실·졸속 처리 우려되는 내년 총선 선거구 획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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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독립기구인 선거구획정위원회가 국회에 요구한 선거구 획정 기준 제시 시한(13일)이 일주일밖에 남지 않았다. 그러나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은 자기주장만 앞세우며 논의를 한 치도 진전시키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내년 총선 선거구 획정은 또다시 졸속·부실 처리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10월 지역구 인구 편차를 3대 1에서 2대 1로 줄이도록 결정했다. 이에 따라 내년 총선은 통폐합해야 할 지역구가 최대 60여 곳에 이른다. 이 때문에 획정위가 13일까지 국회로부터 선거구 획정 기준을 확보해도 두 달로 주어진 조정 기간 안에 획정안을 마무리 짓기는 빠듯하다. 하지만 여야는 아직까지 선거구 획정 기준을 거론조차 못하고 있다. 여당은 선거제도 개혁은 제쳐두고 오픈프라이머리 도입만 고집하는 반면 야당은 여론과 동떨어진 의원 정수 확대 주장에 이어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에만 열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와중에 선거구 획정 실무기구인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위원들이 휴가를 떠나 15일까지 휴업 상태에 들어갔다.

 이대로 가면 획정위가 10월 13일까지 국회에 획정안을 제시하고, 국회가 이 획정안에 바탕을 두고 11월 13일까지 선거법 개정을 완료키로 한 당초 일정도 지연될 공산이 크다. 이 시간표는 총선 1년 전 선거구 획정을 완료토록 한 공직선거법을 이미 위반한 국회가 고육지책으로 제시한 약속이다. 이마저 국회가 어긴다면 그렇지 않아도 바닥인 국회의 신뢰도는 돌이키기 힘들 만큼 실추될 것이다.

 여야는 지금이라도 머리를 맞대 선거구 획정이 시간표대로 진행될 수 있도록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헌재의 결정에 따라 선거구 개편이 불가피해진 만큼 선거제도도 함께 개혁해 지역주의 등 우리 정치의 고질병을 치유하자는 데는 사회적 공감대가 이뤄져 있다. 마침 새누리당 이병석 정개특위 위원장과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가 오픈프라이머리와 권역별 비례대표제 간의 ‘빅딜’을 교차 제안했다. 여야가 당리당략을 떠나 허심탄회하게 논의한다면 접점을 찾기가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