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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월드타워·역사관 … 이틀째 ‘아버지 상징’ 찾은 신동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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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 셋째)이 4일 경기도 오산 롯데인재개발원을 방문했다. 신 회장은 신입사원들과 점심을 함께하며 “롯데그룹 경영에는 전혀 흔들림이 없으니 걱정하지 말아 달라”고 했다. [사진 롯데그룹]

지난 3일 귀국한 신동빈(60) 롯데그룹 회장이 본격적으로 반격에 나섰다. 그러나 형과는 다른 무기를 잡았다. 신동주(61) 전 일본롯데 부회장이 동생을 트집 잡는 ‘네거티브 전략’을 구사했다면 신 회장은 현장을 챙기는 비즈니스 행보로 경영인으로서의 존재감을 부각하는 데 힘을 쏟는 모습이다.

 귀국 즉시 아버지인 신격호(94) 총괄회장을 찾아 문안인사를 한 뒤 첫 방문지로 총괄회장의 숙원사업인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공사현장을 찾았다. 이어 4일에도 신 총괄회장과 연관 있는 곳을 집중적으로 돌았다.

 신 회장은 이날 오전 경기도 오산에 위치한 롯데인재개발원에 도착, 1층 역사관을 둘러보는 것으로 일정을 시작했다. 역사관에는 신 총괄회장이 그룹을 일군 과정과 관련 사료들이 전시돼 있다. 아버지의 뜻을 잇는 사람은 자신이라는 것을 각인시키는 ‘계산된 행보’로 풀이된다.

 이후 신 회장은 2015년 상반기 (그룹) 신입사원 교육이 진행되고 있는 대강당을 ‘깜짝 방문’했다. 여기에서 신 회장은 신입사원들에게 “(이번 사태와 관련해) 롯데그룹의 경영에는 전혀 흔들림이 없으니 걱정하지 말라”며 “국내에서 성장한 롯데가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겪는 진통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신 회장은 이곳에서 신입사원들과 점심식사를 함께한 뒤 오산 롯데물류센터와 동탄 복합단지 부지, 수원 롯데몰 등을 둘러봤다. 또 서울 집무실에 돌아와서는 외부 인사와 비즈니스 미팅을 했다.

 반(反)신동빈 진영과 관련한 그룹의 대응방침도 정해졌다. 롯데그룹 핵심 관계자는 이날 “신 회장은 앞으로의 전략으로 총괄회장과 반(反)신동빈 진영을 분리해 대응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계신 듯하다”고 전했다. 그룹 창업자이자 아버지인 신 총괄회장에게는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예우를 다하되 총괄회장을 제외한 신 전 부회장 측과는 거리를 두는 이른바 ‘분리 격파’ 전략이다.

 이 관계자는 “극적인 계기가 없는 이상 형제간에 화해할 수 있는 단계는 지나갔다”며 “일본 롯데홀딩스의 주주총회가 열리기까지는 상당 시간이 필요한 만큼 그 사이 창업자를 챙기며 사업을 꾸려 가는 모습을 묵묵히 보인다면 주주들도 신 회장을 지지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것처럼 롯데그룹을 ‘LG·GS그룹’처럼 계열사별로 나눠 형제가 분점할 가능성도 없을 것이란 게 그룹 측의 주장이다. 롯데그룹의 사장급 관계자는 “현재 신 회장 형제는 다 갖거나 하나도 못 갖는 ‘올 오어 낫싱(all or nothing)’의 싸움을 벌이고 있다”며 “이건 내 거, 저건 네 거 식의 그룹 분할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못을 박았다.

 일단은 신 회장이 우세를 점한 상황이지만 그룹 내부적으로 풀어야 할 숙제도 많다. 당장은 그룹 내부 결속이 시급하다. 전직 대표나 임원들을 중심으로 신 전 부회장 측에 줄을 대려는 이들이 등장하는 상황이다. 그룹 임직원들의 동요도 극심하다.

 또 그룹 컨트롤타워인 정책본부 내에서 일부 갈등 양상이 드러났다. 황각규(60) 정책본부 운영실장(사장)의 역할이 커지면서 사내에서 이번 싸움의 주도권을 누가 끌고 갈지 여부를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국민과 정치권을 중심으로 거세지고 있는 롯데에 대한 반감도 풀어야 할 숙제다.

 신 회장이 광폭 행보를 보이는 것과 달리 신 전 부회장은 이틀 연속 잠행 중이다. 그는 지난 며칠간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공격적으로 자신의 입장을 밝혔지만 어눌한 한국어 실력 등으로 인해 역효과만 봤다는 게 대다수 재계 관계자의 관전평이다. 당초 그는 2일 일본으로 돌아갈 계획이었지만 3일 부인인 조은주씨만 홀로 출국하고 현재는 부친인 신 총괄회장 곁에서 반전을 꾀하고 있다.

이수기 기자 retal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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