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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아치기식 충원은 되레 교육 질 저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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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대학가의 교수 채용을 둘러싼 '총력전'은 정부가 대학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 교수 수를 늘리기로 한 것이 계기가 됐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지난해, 올 4월 1일부터 대학들이 지켜야 할 전임교수 확보율을 제시하고 이를 달성하지 못한 대학은 재정 지원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교육부의 방침에 따르면 지난해 52.9%에 그쳤던 4년제 일반대의 전임교수 확보율을 올해는 55%로 올려야 한다. 대학이 이 비율을 충족시키려면 학생 수를 줄이거나 교수를 더 뽑아야 한다. 학생 충원에 별 어려움이 없는 수도권 대학은 대부분 정원 감축보다는 교수 충원에 무게를 두고 있다. 사립대의 경우 학생 수는 '돈'과 직결되기 때문에 교수를 늘리는 쪽을 택하고 있다.

◆교수 채용 목표 미달 속출=올 1학기 교수 채용 결과 채용공고에서 제시한 모집인원의 70% 이상을 달성한 대학은 한국외대(71%).성균관대(70%) 등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나머지 대부분 대학은 예년 수준을 훨씬 밑도는 채용 실적을 보였다. 강덕수 한국외대 교무처장은 "채용 목표에 미달한 것은 학과에서 지원자들의 수준이 미흡하다고 해서 못 뽑은 것"이라고 말했다.

지방대의 교수 충원 어려움은 더 크다. 장영동 영남대 기획처장은 "해당학과에서 적임자를 못 찾은 경우도 많지만, 우수한 사람을 선발했는데도 수도권 대학에 동시에 합격해 우리 대학을 포기한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추가 교수 채용공고를 내는 대학도 잇따르고 있다. 김준영 성균관대 기획처장은 "이달 중 교수 채용공고를 다시 내고 교양분야를 포함해 100여 명의 교수를 뽑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전임교수 확보율 기준 시점을 1학기(4월 1일)에서 2학기(9월 1일)로 완화해 2학기 채용 교수들도 올해 전임교수 확보율을 따지는데 반영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을 검토할 방침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대학들이 교수 충원을 많이 하도록 유도하는 게 목적인 만큼 전임교수 확보율을 따지는 기준 시점을 늦추는 것을 긍정적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작용도 우려=교수 충원은 대학발전 구상과 맞물려 장기적으로 이뤄져야 함에도 이번과 같은 '몰아치기'식 교수 충원은 교육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희대 관계자는 "교수는 한 번 뽑아 놓으면 20~30년 근무하게 되고 이동도 적어 교수를 잘못 뽑으면 두고두고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종순 건국대 기획처장은 "장기적인 학과 발전계획에 따른 교수 수요에 맞춰 교수를 충원해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우리 대학은 평가나 재정 지원에서 불이익을 받더라도 교수 채용에 속도 조절을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일부 대학에서는 교수 채용 때 외부 심사위원에게 특정인을 "긍정적으로 평가해 달라"고 청탁하는 경우도 있다. 지방대 외부 심사위원으로 활동했던 한 교수는 "특정 인사의 후배, 튀지 않는 만만한 사람에게 점수를 더 매겨 달라는 부탁을 받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현행 교육공무원임용령은 교수 채용 때 해당 대학 교직원이 아닌 외부 인사가 심사위원의 3분의 1이 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김남중.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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