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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성폭행 논란 심학봉 의원, 의원직 사퇴해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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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여성 보험설계사 성폭행 의혹을 받고 있는 심학봉(경북 구미갑) 의원이 어제 새누리당을 탈당했다. 지난달 24일 피해 여성의 고소 이후 열흘 넘게 의혹을 부인해 오다 경찰의 소환조사가 임박하자 돌연 탈당 카드를 내밀었다. 성폭행 여부는 향후 수사를 통해 진상이 가려져야 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피해 여성이 직접 경찰서를 찾아가 성폭행 신고를 했다가 2, 3차 조사 땐 “성관계를 가진 것은 맞지만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말을 바꾼 배경에 대해서도 한 점 의혹 없이 철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본지 취재결과 심 의원과 피해 여성이 제3자의 중재로 만난 사실이 확인됐다. 혹 피해자에 대한 입막음이나 회유 시도가 있었다면 국회의원이란 직위를 이용한 사실 은폐 기도이자, 중대한 2차 범죄행위임을 간과해선 안 된다.

 사법적 책임과는 별개로 심 의원은 도덕적·정치적 책임에서도 벗어날 수 없다. 심 의원은 “당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새누리당을 떠난다”고 했지만 탈당으로 끝낼 일이 아니다. 경찰은 호텔 폐쇄회로TV 화면을 통해 사건 발생일인 지난달 13일 심 의원이 체크아웃 하는 장면과 피해 여성의 영상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두 사람이 주고받은 전화 통화기록과 문자메시지 내용도 확인했다고 한다.

 대낮에 여성을 호텔방으로 부른 것도 문제거니와 국회의원의 고유 업무인 국회 상임위 출석을 내팽개치고 낯뜨거운 행각을 벌인 건 어떤 이유로도 용인될 수 없다. 심 의원은 지난달 경북도당 윤리위원장에 내정됐다고 하는데 세상에 이런 코미디가 없다. 심 의원은 지금까지 드러난 처신과 의혹만으로도 국회의원으로서 직무를 수행하는 데 중대한 결함을 보였다. 그런 만큼 하루빨리 의원직을 내놓고 평범한 시민으로 돌아가 수사에 임하는 게 지지해준 유권자에 대한 도리다.

 새누리당도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박희태 전 국회의장, 김형태 의원, 강용석·최연희 전 의원 등 유독 성(性) 관련 스캔들이 왜 끊이지 않는지 냉정하게 돌아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