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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격호 회장에게 부인이 해법 제시” 대주주 자격으로 후계구도 논의한 듯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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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8호 01면

신격호(사진)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부인이자 신동주·동빈 형제의 친모인 시게미쓰 하쓰코(重光初子·88)가 방한 중 서울에서 남편을 만나 후계 구도에 대한 제안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과 가까운 재계 관계자는 1일 “시게미쓰 부인이 국내에 이틀 머무르는 동안 롯데호텔의 신 회장 거주 공간에서 경영권 갈등에 관한 나름의 해법을 제시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시게미쓰의 제안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재계에선 ▶한·일 통합회장으로 누가 적합한지 ▶장남과 차남 중 어느 한쪽에 경영권을 줄 경우 배제된 쪽을 위한 새로운 사업 제안 ▶두 아들이 갈등을 봉합하는 수준에서 절충하는 방법 등이 두루 담겼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번 제안은 그가 롯데그룹의 주요 주주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시게미쓰는 롯데그룹 최상위 지배기업인 일본 광윤사(光潤社)의 지분을 20% 가까이 보유하고 있다. 시게미쓰의 친정도 광윤사 지분을 상당히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히 남편에게 부인으로서의 입장을 표명한 게 아니라 대주주로서 의견을 개진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특히 그동안 신동주 전 부회장 측에서 신격호 총괄회장을 보필하면서 모친의 접촉을 차단해왔다는 점에서 이번 만남은 그룹 안팎에서 비상한 관심을 끈다. 재계 관계자는 “신 총괄회장이 부인의 의견 가운데 무엇을 받아들일지가 경영권 분쟁의 새로운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게미쓰는 전날 열린 시아버지 제사엔 참석하지 않은 채 1일 오후 3시30분쯤 하네다행 아시아나항공기를 타고 일본으로 향했다. 그는 지난달 30일 “시아버지 제사에 참석하러 한국에 왔다”며 입국했다. 제사 장소였던 장남 신동주 전 부회장의 서울 성북동 자택에는 시게미쓰는 물론 신격호 총괄회장, 신동빈 회장, 신영자 이사장도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당초 제사를 겸해 그룹 후계구도를 정리하기 위한 가족회의가 열릴 것으로 관측됐으나 성사되지 않았다. 시게미쓰는 이날 공항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입을 닫은 채 경호원들의 도움을 받으며 출국장으로 들어갔다.

신동빈 회장은 이르면 3일 도쿄에서 돌아올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 측은 “2일에는 귀국 일정이 잡혀 있지 않다”며 “여러 상황을 종합해봤을 때 3일께 귀국해 입장을 표명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신 회장이 귀국하기 앞서 도쿄에서 모친을 만날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으나 가능성이 있을 뿐 정해진 건 없는 상태다.

재계에서는 신동빈 회장이 귀국을 미뤄온 이유가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의 표 대결에 대비해 우호지분 결속을 다지기 위한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관계기사 4,5면

박태희 기자 adonis55@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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