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마저 없으면 힘들어…현실인식 부정적인데 미래는 긍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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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대체로 자신이 관련된 일은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낙관주의 편향(optimism bias)'이다. 미래에 대해서도 낙관하는 경향이 있다. 현실주의자들은 대책없는 믿음이 재앙을 초래할수 있다고 말하지만, 사람들은 기대와 소망을 담아 미래를 전망한다.

중앙SUNDAY와 서울대 행정대학원의 '국민인식조사'에서 국민들은 계층 및 불평등 인식, 갈등과 신뢰, 정부 평가 등에서 대체로 부정적 견해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자신의 미래에 대한, 자녀 세대에 대한 질문에서는 비교적 긍정적인 답변을 했다.

설문은 구체적 문항을 통해 10년 후 한국사회의 모습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전반적으로 삶의 질이 향상될 것이다(48.56%)' '경제가 발전해 선진국 수준이 될 것이다(40.38%)' '정치적으로 민주주의가 더 발전할 것이다(32.56%)' '일하는 시간은 줄고 여가가 늘어날 것이다(46.21%)' '복지 혜택이 선진국 수준으로 늘어날 것이다(37.04%)' '아이를 키우기 좋은 사회가 될 것이다(35.73%)' '노인들이 살기 좋은 사회가 될 것이다(39.05%)'.

모든 문항에서 긍정이 부정을 뚜렷하게 앞질렀다. 베이비붐 세대보다 훨씬 부정적으로 현실을 인식하는 에코 세대도 미래에 대한 질문에선 모두 '지금과 비슷하다(3점)'보다 높은 점수를 매겨 낙관적 기대를 드러냈다.

계층 평가에서는 자녀의 사회적 위치를 자신보다 높게 평가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1점(하의 하)~9점(상의 상)까지 계층을 평가하라는 설문에서 응답자들은 자신의 계층에 '중의 중'보다 낮은 4.21점을 줬지만, 자신의 자녀에 대해선 그보다 높은 5.28점을 줬다. 또 자신의 사회적 계층을 상·중·하로 평가한 비율이 각각 2.49%, 72.41%, 25.1%인데 반해, 자녀의 계층 평가에선 그 비율이 각각 17.62%, 73.54%, 8.84%였다. 상층은 크게 늘고, 하층은 줄었다. 부모들이 자신의 자녀들은 더 나은 사회적 지위를 가지리라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결과는 '나의 사회적 계층은 중간 이하이며, 한국 사회는 부(富)의 불평등이 심하고, 그 원인은 부모로부터의 상속·증여’라는 대체적인 응답과 배치된다. 이처럼 엇갈리는 전망에 대해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과거에 기적 같은 경험을 했기 때문에 아직도 잘만 하면 가능할 것이라고 믿고 싶어한다"며 "더구나 현실이 힘들고 답답할 때 희망마저 없으면 더욱 살기 힘들기 때문에 희망을 놓지 않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진심으로 좋아질거라 믿고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믿고 싶은 것이라는 얘기다.

한편 응답자의 63.62%는 한국 사회가 지향해야 할 바람직한 모습으로 중산층이 두터운 마름모 형태를 꼽았다. 현재 한국 사회를 마름모꼴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7.9%에 불과했다.

홍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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