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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즈 러너:스코치 트라이얼의 두 소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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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M]
[인터뷰]메이즈 러너:스코치 트라이얼의 두 소년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에게 기억을 삭제당한 채 미로 속을 헤매던 소년들이 생존 투쟁의 현장으로 다시 돌아온다. 제임스 대시너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메이즈 러너’ 시리즈(2014~)의 2편 ‘메이즈 러너:스코치 트라이얼’(9월 17일 개봉, 웨스 볼 감독, 이하 ‘메이즈 러너2’) 이야기다. 전편에서 거대한 미로에 갇혀 달려야 했던 소년들의 액션은 이번에 더욱 강력해졌다. 이번엔 미스터리한 거대 조직 위키드(WCKD)의 음모에 맞서 싸우며 장애물로 가득한 공간 스코치로 위험한 여정을 떠난다. 지난 6월 미국 캘리포니아 센추리 시티에서 민호 역의 기홍 리(25)와 토마스 역의 딜런 오브라이언(24)을 직접 만났다.

<유머러스한 민호를 기대하라>
기홍 리

-1편에선 거대한 미로가 주요 무대였다. 이번에도 특별한 공간이 등장하나.
“전편에서 소년들을 가둔 거대 미로는 영화의 전반적 분위기를 완성한 중요 설정이었다. 이번엔 스코치라는 공간이 등장한다. 소년들이 엄청난 장애물을 만나는 황폐한 미지의 공간이다. 그 여정 가운데 펼쳐지는 액션이 이번 영화의 백미다.”

-전편에선 달리는 게 주요 임무였다. 신작에선 어떤 액션을 볼 수 있나.
“달리기뿐만 아니라, 적과의 총격신이나 격투 장면 등 강한 체력이 필요한 장면이 많다. 그래서 더 힘들었는데 경사가 가파른 모래 언덕을 전력 질주하는 장면을 찍었을 땐, 완전히 탈진해 심한 두통에 시달렸을 정도였다. 고도가 높은 뉴멕시코 지역에서 촬영할 때는 고산병에 걸려 앓아 누운 적도 있다. 세기 말적인 느낌을 주기 위해 실내 세트장에 먼지를 가득 채워 놓았는데, 숙소로 돌아가면 몸에 있는 모든 구멍에서 시커먼 먼지가 쏟아져 나오는 독특한 경험도 했다(웃음).”

-민호는 강인한 면모로 많은 여성 관객에게 사랑받은 캐릭터다.
“전편에서 민호는 소년들을 안전하게 인도하기 위해 묵직한 책임감을 짊어졌다. 걱정이 지나쳐 동료를 거칠게 대할 때도 많았다. 이번엔 조금 더 성숙해진 모습을 보여준다. 토마스를 리더로 인정하고, 그의 결정을 존중한다. 전편에선 볼 수 없던 유머 감각과 냉소적인 면모도 보여줄 예정이다.”

-민호와 본인이 닮은 점이 있다면.
“타인에 대한 관심이 많다는 것? 민호가 동료를 묵묵히 챙기는 것처럼, 나도 함께 일하는 배우들과 친밀하게 지내려고 노력한다. 이번에 새로 합류한 배우들이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신경썼다. 다른 점은 민호가 지닌 포용력이다. 민호는 자신의 목소리를 내세우기보다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화합하는 편이다. 나는 스스로 결정하고 모든 일을 통제하길 좋아한다.”

-1편은 개봉 첫 주에 제작비 두 배에 달하는 수익을 올리는 등 흥행에 성공했다. 어떤 점이 관객에게 어필했다고 보나.
“우리 영화는 서로 싸우고 경쟁하는 게 아닌, 동지애를 강조한다. 또 각기 다른 외모와 성격, 장기를 지닌 캐릭터가 등장한다는 점도 특징이다. 민호가 강한 체력을 지녔다면, 뉴트(토마스 생스터)는 모두에게 좋은 카운셀러가 되어준다. 등장인물 모두가 각자 서로 다른 방식으로 무리의 생존과 발전에 기여한다. 관객이 각자 좋아하는 역할에 감정 이입할 여지가 크다.”

-전편의 흥행으로 한국에서도 인지도가 높아졌다.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한국인을 비롯해 아시아계 이민자를 대표할 수 있는 배우가 돼야 한다는 책임감이 크다. 처음 ‘메이즈 러너’(2014, 웨스 볼 감독)에 캐스팅됐을 때도, 한국 관객이 내 연기를 잘 봐줬으면 좋겠단 생각을 많이 했다. 앞으로 꿈이 있다면 한국에서 작품을 해 보는 것이다. 봉준호 감독을 비롯한 최고의 영화인들과 작업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큰 영광일 것이다. 내 한국어 실력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어릴 때 부모님이 운영하시던 식당에서 일하며 익힌 덕에 어느 정도 하는 편이다(웃음).”

-한국 예능 프로그램도 많이 본다던데.
“육아 예능 프로그램 ‘해피 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2013~, KBS2)의 열혈팬이다. 그중에서도 대한·민국·만세를 정말 좋아한다. 한국에 가면 어떻게든 한 번 출연해 보고 싶다. 그냥 한 번 만나기만 해도 좋겠다. LA 다저스 류현진 선수가 세 쌍둥이 집에 가서 함께 노는 에피소드를 보고 얼마나 부러웠는지 모른다(웃음).”

-지난 3월 깜짝 결혼해 팬들을 놀라게 했다.
“아내는 내 고교 동창이다. 대학 졸업 후 우연히 다시 연락이 닿아 5년 동안 사귀었다. 지금은 신혼 재미에 푹 빠져 있다. 둘 다 부모님이랑 함께 살아 오다가 분가했더니 하루하루 절친 집에서 노는 기분이다. 늦게까지 놀다가 자야 할 시간이 됐을 때, 그곳이 우리 둘의 집이라는 게 얼마나 행복한지 모른다.”

<대역 없이 거꾸로 매달린 장면 가장 뿌듯하다>

딜런 오브라이언

-‘메이즈 러너2’에서는 토마스가 리더로 부각된다.
“1편에서 토마스는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모르는 상태였다. 하지만 2편에선 동료에 대한 책임의식을 분명히 갖게 된다. 또 자기 의견을 갖고 이를 강단 있게 추진해 나간다. 미로 탈출 과정에서 동료를 잃고 죄책감을 느끼고 자신의 결정이 옳은지 불안감에 시달리기도 하지만, 결국 강한 정신력으로 모든 혼란을 이겨낸다.”

-촬영에 앞서,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 노력한 점이 있다면.
“전편에서 베일에 가려 있던 정보가 이번 영화에서 상당 부분 공개된다. 지금 소년들이 처한 상황이 어떤지,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말이다. 그래서 토마스의 트라우마를 이해하게 됐고, 그 심리와 행동을 잘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여주인공 트리사(카야 스코델라리오)와의 관계는 어떻게 발전하나.
“처음 만났을 때부터 강한 유대감을 느껴 온 두 사람의 관계는 이번 편의 가장 중요한 설정이다. 관객이 흥미롭게 지켜봐 줬으면 좋겠다.”

-천장에 거꾸로 매달리는 액션 장면이 인상적인데.
“정말 힘들게 찍은 만큼 출연진 모두가 가장 뿌듯하게 생각하는 장면이다. 마치 스쿠버 다이빙을 하는 것 같았다. 물을 정말 많이 마셨고, 매달리기 10분 전부터 호흡을 가다듬고 정신을 집중해야 겨우 견딜 수 있었다. 촬영 전, 걱정을 많이 했는데 결국 모든 배우가 스턴트맨의 도움 없이 해냈다.”

-전편에서 호흡을 맞춘 동료 배우와 다시 만났다.
“1편 촬영이 여름 캠프 같았다면, 이번엔 동창회 느낌이었다(웃음). 매일 밤 모여 맥주 한 잔 곁들이며 영화를 보거나 게임을 하면서 추억을 많이 만들었다.”

-웨스 볼 감독은 전편의 성공 후, 단번에 할리우드가 주목하는 연출자로 거듭났다.
“소위 뜨고 나서 변한 점이라곤 전혀 없다. 여전히 겸손하고 똑똑하고 열정이 넘친다. 영화라는 매체의 특징과 스토리텔링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감독이다. 볼 감독은 마흔 번째 영화를 찍을 때도 지금과 똑같이 좋은 사람일 것 같다. 부디 그때도 나를 캐스팅해줬으면 좋겠다(웃음).”

글_센추리 시티=LA중앙일보 이경민 기자 lee.rachel@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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