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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글로벌 제약 연구개발 효율 높여야 가능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제약·바이오 업계가 한국형 성공모델 찾기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의약품 시장은 인구 고령화로 수요가 늘면서 긍정적으로 전망한다. 하지만 지속적인 약가인하로 수익성은 악화되고 신약개발 비용이 늘면서 제약·바이오 업계 매출은 예상보다 주춤한 상태다. 보건복지부·식품의약품안전처를 중심으로 건강보험 재정부담을 줄이려는 노력은 지금도 진행중이다.

2000년대 중반까지 복제약 영업을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한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은 정부의 약값 규제 정책으로 영업환경이 즉각적으로 악화됐다. 실제 국내 의약품 시장은 2012년 일괄 약가인하 제도가 시행된 해 곧바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이후 지금까지 정체 상태다.

블록버스터의 종말…늘어나는 임상비용 어려워지는 신약개발

제약·바이오 분야에서 핵심은 혁신 신약이다. 하지만 의약품 분야 연구개발은 구체적인 성과가 나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신약개발은 탐색연구→전임상→임상시험 개시 신청(IND)→임상1상→임상2상→임상3상→허가신청(NDA)에 이르기까지 여러 단계를 거친다.

하나의 신약이 시판허가를 받는데까지 소요되는 평균 연구개발기간은 10년 이상이다. 이 기간 동안 약 1조원 가까운 비용이 소모된다. 그만큼 장기간 많은 비용을 투입할 수 있는 주요 상위 제약사를 중심으로 옥석가리기가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제약사 연구원이 신약후보물질을 도출하기 위해 실험하고 있다. <중앙포토db>

문제는 신약 연구개발에 투입되는 비용은 점점 늘어가는데 신약 승인 건수는 줄고 있다는 점. 의약품 R&D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의미다.

하이투자증권 구완성 애널리스트는 “글로벌 제약사에서 지속적으로 두자리수 성장률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매년 2~3개의 블록버스터급 신약을 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화이자·GSK 등 글로벌 제약사에서도 주목할 만한 블록버스터급 신약을 내놓지 못하면서 ‘블록버스터의 종말’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기도 하다.

신약개발 과정에서 비용이 많이 투입되는 단게는 임상시험이다. 2000년 후반부터 규제당국의 허가요건이 까다로워지면서 안전성·유효성 자료를 추가로 요구하는 사례가 늘면서 임상시험 비용이 크게 증가했다.

신약 약효·안전성 입증한 한미약품 잇따라 기술수출 성공

최근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곳은 한미약품이다. 일라이 릴리에 이어 최근 베링거인겔하임에도 기술이전에 성공하면서 한국형 글로벌 제약 성공 가능성을 제시한 것이다.

서울 방이동 한미약품 본사

당시 한미약품은 릴리로부터 총 6억 9000만 달러를 받으면서 그동안 국내 제약사가 체결한 계약 중에서 최대 규모로 기술 수출했다.

1997년 LG생명과학이 GSK에 처음 기술수출한 금액이 3700만 달러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무려 15배 이상 높은 금액으로 기술수출에 성공한 셈이다. 이 같은 결과는 장기간 적극적인 연구개발(R&D) 성과라는 분석이다.

먼저 일라이 릴리에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한 BTK 저해제(HM71224)는 B림프구활성화 신호에 관여하는 효소인 ‘BTK(Bruton's tyrosine kinase)’를 선택적으로 억제한다.

네덜란드에서 진행된 임상 1상시험에서 류마티스관절염 등 면역질환 치료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평가다.

베링거인겔하임과 진행한 신약 후보물질(HM61713)은 이미 내성이 있는 폐암환자를 대상으로 한 표적항암제다. 암세포 성장에 관여하는 신호전달물질인 EGFR 돌연변이만을 선택적으로 억제해 내성·부작용을 극복했다.

특히 지난 5월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 안전성·약효 등을 발표하면서 주목 받기도 했다.

구 애널리스트는 “한미약품의 임상개발전략이 돋보였다”고 평가했다. 실제 BKT저해제 계열 약물은 얀센이 만성림프성백혈병 치료를 적응증으로 하는 이브루티닙(Ibrutinib)이 2013년 미국 식품의약청(FDA)에 승인을 완료했다.

BMS·길리어드·셀젠 등 주요 글로벌 제약사 역시 항암제 분야로 임상을 진행중이다. 모두 한미약품보다 임상 단계가 빠르다.

반면 한미약품은 비교적 임상비용이 적게 소요되면서 난이도가 낮은 류마티스관절염 분야를 중심으로 임상을 진행했다. 상대적으로 쉽게 임상 1상에 성공하면서 빠르게 개발이 가능했다. 만일 릴리가 임상 2상을 만성 림스성백혈병으로 진행한다면 항암제로 적응증 확장이 충분히 가능한 상태인 셈이다.

지금까지 한미약품은 실적을 중심으로 평가받았다면, 2007년부터 매출액 대비 10%가 넘는 연구개발비를 지속적으로 투입하면서 연구개발 파이프라인에 관심을 집중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효율성 높인 전략적 연구개발 주목해야

한국형 글로벌 제약사로 주목받을 수 있는 제약사는 어디일까. 물론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 규모나 연구개발 비중은 아직도 영세하다.

국내 200여 곳의 제약사 총 매출을 합쳐도 글로벌 10위권 제약사 한 곳의 매출액에도 못 미친다. 연구개발에 투입하는 절대적인 금액도 여전히 비교하기 힘든 수준이다. 연구개발 역량에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주목할 만한 곳은 한미약품을 포함해 대웅제약·녹십자·LG생명과학·종근당·동아ST·JW중외 등 지속적으로 연구개발 분야 투자를 늘리면서 R&D 효율성을 높이는 주요 제약사다.

이들은 지속적으로 연구개발 투자를 늘리면서 효율성을 높이는 전략을 구사한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실제 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상위 10개 제약사의 연구개발 투자비는 국내 신약 연구개발 비중의 57.2%를 차지한다.

구 애널리스트는 “국내 제약산업은 변화의 시기를 맞았다”며 “글로벌 제약사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후보물질 발굴부터 임상개발 전과정을 다 거치기에는 규모나 환경 모두 열악하다”고 지적했다. 국내 실정에 맞게 신약개발 기간을 단축하는 초기 단계 라이선스 아웃이나 임상 1상 분야 생략이 가능한 천연물 신약에 도전하는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만일 라이선스 아웃 전략을 선택했다면 항암제나 심혈관계·대사질환 등으로 개발한다. 특히 항암 표적물질을 중심으로 임상 1상을 진행해 성공한다면 추가 임상비용을 줄이면서 조기 라이선스 아웃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한미약품도 BTK 신호전달 경로를 차단하면서 바이오마커 3개(pBTK, pPLCr, pERK)를 측정했다. 임상 1상에서 독성뿐만 아니라 약효까지 간접적으로 확인해 임상 2상 실패 가능성을 낮춘 것이다.

두번째는 천연물 신약 분야다. 가장 큰 장점은 개발과정 단축이다. 임상 1상 면제로 개발기간을 2~3년 가량 줄일 수 있다. 이는 국내 뿐만 아니라 미국 허가과정에서도 공통적으로 적용된다.

현재 FDA에 등록을 성공한 천연물 신약은 모두 2건(Veregen·Fulyzaq)이다. 녹차 추출물인 Veregen은 2006년 시판허가를 받았으며 사마귀 등에 적응증을 갖고 있다.

나무수액을 원료로 한 Fulyzaq는 에이즈환자 설사를 완화하는 효과로 2013년 허가를 받았다. 이들 두 제품은 연 매출 159%로 급성장, 천연물신약 시장이 넓어지고 있다.

특히 중국을 중심으로 미국 천연물신약 임상 3상 진행이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동아ST가 천연물신약 분야 강자다. 이 분야에서는 중국 Tasly, 영국 GW Pharma에 이어 시총 세계 3위 수준이라는 분석도 있다.

동아ST에서 자체 개발한 신약 4건 중 스티렌·모티리톤 등 2개가 천연물 신약이다. 스티렌의 경우에는 2002년 국내 발매한 이후 누적매출액 6900억을 달성했다. 탄탄한 천연물 분야 파이프라인도 주목할만 하다. 국내에서는 최초로 자체 개발중인 당뇨병성말초신경병증 천연물 신약 DA-9801로 미국 FDA 승인을 도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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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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