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도, 비용도 회사 맘대로’ 애플 수리 약관, 공정위에서 철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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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쓰고 있던 아이폰6의 액정을 깨뜨렸다. 액정만 갈아끼울 마음을 먹고 애플 공인서비스센터를 찾았다. 하지만 센터 직원이 한 설명은 황당했다. “액정만 교체할지 리퍼폰(새 부품과 중고 부품을 조합해 만든 완제품)으로 교환해줄지는 애플진단센터에서 결정할 거고 무조건 따라야 한다. 수리 내역은 미리 알 수 없으니 리퍼폰 교환에 해당하는 돈을 미리 결제해야 접수가 가능하다.”
액정을 교체하면 16만9000원이 들지만 리퍼폰으로 바꾸면 37만5000원을 내야했다. 선택권이 없는 A씨는 꼼짝없이 최대 수리비인 37만5000원을 지급하고 고장 난 전화를 서비스센터에 맡겨야 했다.

30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런 강제 규정을 담은 애플 공인서비스센터의 약관에 문제가 있다며 “60일 이내에 수정하라”고 권고했다. 애플코리아와 애플 공인서비스센터를 운영하는 유베이스·동부대우전자서비스·피치밸리·비욘드테크·투바·종로맥시스템에 시정 권고문을 발송했다. 또 고객이 수리를 하지 않겠으니 제품을 돌려달라고 해도 약관을 들어 제품을 반환하지 않는 문제도 고치라고 했다.

공정위가 권고한 수정 약관이 적용되면 애플 아이폰 사용자에게 ‘수리의 자유’가 생긴다. 어디를 고쳐야 하고 수리 방법별로 얼마만큼 비용이 드는지 진단ㆍ서비스센터로부터 듣고 난 다음 수리 여부와 방식을 결정할 수 있다. 수리비는 고친 제품을 돌려받을 때 내면 된다. 공정위 관계자는 “해당 업체는 9월 말까지 약관을 고쳐야 한다”며 “지키지 않으면 ‘시정 명령’이 나가고 이것도 이행하지 않으면 ‘형사 고발’ 절차를 밟게 된다”고 말했다.

세종=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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