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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속으로 들어온 SNS 동영상 … 예능프로 진화 어디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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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새 예능 프로 ‘18초’와 참가자들의 엠블럼. 엑소의 찬열, 씨스타의 소유 등 참가자 8명은 30일 낮부터 18초 길이 동영상으로 12시간 동안 조회수 경쟁을 벌일 예정이다. [사진 SBS]

TV 바깥의 동영상 세상, 전통적인 TV 시청자만 아니라 인터넷·SNS 이용자를 적극 겨냥하는 새로운 예능 프로그램이 이어진다. 인터넷 1인 생방송 형식을 결합한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하 ‘마리텔’, MBC)이 인기를 누리는 가운데 SNS 동영상과 그 확산과정을 재료로 삼는 ‘18초’(SBS)가 새로 등장한다.

 ‘18초’는 다음 달 파일럿 방송을 앞두고 30일 낮 12시부터 참가자들이 18초 길이 동영상을 트위터·페이스북·유튜브에 올려 12시간 동안 조회수 배틀을 벌일 예정이다. 참가자는 아이돌 그룹 엑소의 찬열과 씨스타의 소유를 비롯해 가수 김종민, 방송인 김나영, 범죄심리전문가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 봉만대 영화감독 등 8명이다. 얼핏 막강한 팬덤을 거느린 아이돌 스타가 유리할 듯 싶지만 ‘마리텔’에서 백종원이 그랬듯 의외의 복병이 선전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특히 TV에선 낯설어도 인터넷에선 재미있는 동영상으로 이름난 고수들까지 가세한 점이 눈에 띈다. 영국 보통사람의 한국문화 체험 동영상을 선보여온 ‘영국남자 조쉬’, 직장인 감성의 패러디 동영상으로 명성을 쌓아온 창작자 ‘월급도둑’이 그들이다.

 각 참가자들이 올릴 동영상은 길이가 각각 18초로 제한되지만 12시간 동안 올릴 수 있는 동영상 수는 제한이 없다. 먼저 올린 동영상에 대한 SNS 멘션 등 이용자 반응이 상호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연출자 소형석 PD는 “표창원 전 교수는 12시간 동안 이용자들이 범인을 맞추는 추리게임을 펼칠 예정이고, 봉만대 감독은 이용자 멘션을 대본 삼아 동영상 전체를 연결하면 영화 한 편이 되도록 하겠다고 한다”고 전했다. 새 프로인 만큼 시청자 반응은 아직 미지수이지만 일단 실시간 이용자 반응의 중요성은 뚜렷하다. 소 PD는 “그동안 영상의 가치를 판단하는 일을 방송이 해왔다면, 그 역할을 조회수를 통해 철저하게 이용자들 판단에 맡기겠다는 게 기획 의도”라며 “SNS 생태계에서 어떤 동영상이 어떻게 인기를 얻는지 살펴봄으로써 이런 세계에 낯선 시청자들도 대리체험을 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 말했다.

 지상파 TV의 이런 시도들에 대해 건국대 황용석 교수(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는 “새로운 TV 소비패턴의 영향”이라고 지적했다. “VOD 등을 통한 비(非)실시간 시청, 프로그램 전체가 아니라 그 안의 에피소드·클립만 짧게 보는 시청, TV를 보며 인터넷 등 다른 매체로 끊임없이 소통하는 병행이용이 늘어났다”는 설명이다. 특히 “이제는 수용자가 SNS 등으로 콘텐트를 공유하며 유통 채널 역할을 한다”며 “이런 수용자에 맞는 포맷, ‘수용자 채널’을 극대화하는 포맷의 성공 가능성을 ‘마리텔’ 등이 보여줬다”고 말했다.

 ‘18초’라는 동영상 길이에 대해 소 PD는 “길든 짧든 동영상 한 편을 모바일로 감상하는 평균 시간이 18초라는 어도비 트렌드 보고서를 참조했다”며 “유튜브 개발자가 유튜브에 올린 최초의 동영상 ‘미 앳 더 주’(Me at the zoo, 2005)도 18초 분량이었다”고 소개했다. TV 예능 프로는 대개 60분 남짓이다. 기존 ‘60분’과 미디어 환경변화에 따른 ‘18초’의 접점을 확대하는 일은 이후로도 TV의 꾸준한 관심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후남 기자 hoon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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