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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대일로 최대 수혜 도시…시안, 서북의 봉황으로 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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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들은 ‘물건’이라는 말을 ‘둥시(東西)’라고 한다. ’물건을 사다’는 뜻의 중국어는 ‘마이둥시(買東西)’다. 동쪽(東)과 서쪽(西)을 산다고? 중국어를 처음 접하는 사람은 의아해할 수밖에 없다. 이 말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알 수 있는 곳이 바로 산시(陝西)성 시안(西安)이다. 당(唐)나라 시절 창안(長安·지금의 시안)에는 두 개의 시장이 있었다. 시내 동쪽에 있는 시장(東市)에서는 주로 대륙의 물건을 팔았고, 서쪽 시장(西市)에서는 실크로드를 통해 서역에서 들어온 물건을 주로 팔았다. 동·서 시장에 간다는 것은 곧 물건을 사기 위함이었고, 그래서 ‘둥시(東西)’라는 말은 물건을 뜻하게 됐다고 중국 언어학자들은 설명한다.

시안 시내의 ‘대당서시(大唐西市)’는 그 역사의 흔적을 보여주는 곳이다. 창안 서시(西市)가 있던 바로 그곳에 들어선 국제시장이다. 지난 10일 방문한 대당서시에서는 옛 서역 교역시장의 명성을 말해주듯 중앙아시아, 동남아, 한국, 일본 등 여러 나라의 물품들이 팔리고 있었다. 화려했던 고대 국제도시 시안의 위용이 잘 드러나 있다.

시안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일대일로(一帶一路) 사업을 통해서다. 황재원 KOTRA 시안관장은 이를 ‘천시(天時)·지리(地利)·인화(人和)’라는 측면에서 설명한다.

산시성 ‘일대일로 5개 중심 전략’ 제시

“중국 정부의 일대일로 정책으로 시안 경제가 도약을 위한 최고의 시기(天時)를 맞고 있다. 시안의 우수한 인재, 첨단산업 등이 일대일로와 만나 꽃을 피우려 한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시안은 실크로드의 시발점이라는 지리적 이점(地利)이 있다. 여기에 시안이 갖고 있는 중원 문화가 겹쳐지면서 시안은 일대일로 사업의 인문 교류에서도 앞서 달리고 있다.”

황 관장은 “시진핑 주석 등장 이후 시안이 베이징·상하이·광저우 등에 이은 제4의 거점도시로 부각되고 있다”며 “시안 시정부는 중국 서북(西北)지역의 중심 도시로 성장하기 위해 치밀한 정책을 마련해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앙정부의 일대일로 정책에 대한 산시성 정부의 대응은 민첩하다. 산시성은 최근 발표한 ‘일대일로 행동계획’을 통해 ‘5개 중심 전략’을 제시했다. ‘교통·물류 중심’ ‘과학혁신 중심’ ‘산업협력 중심’ ‘문화여행 중심’ ‘금융협력 중심’ 등이 그것이다. 서북지역 경제의 ‘허브’가 되겠다는 뜻이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게 바로 ‘시안항(港)’ 프로젝트다.

"서쪽에 로마 있다면 동쪽엔 시안 있다"

‘과학혁신 중심’은 교육도시 시안이 갖고 있는 고급 인재 풀이 있기에 가능하다. 시안에는 약 40여 개의 대학에서 60만여 명의 학생이 공부하고 있다. 특히 이공계 학과가 강하다. 이 같은 여건을 바탕으로 시안에는 반도체·LED 등 IT 및 소프트웨어 산업이 폭넓게 발전하고 있다. 시안은 항공산업의 메카이기도 하다. 대형 수송기, 엔진 등이 생산되고 있다. 자동차는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분야다. BYD자동차가 이 지역에서 연간 생산량 70만 대 규모의 시설을 갖추고 있고, 지리(吉利)자동차도 30만 대 규모의 공장을 갖고 있다. 삼성반도체가 시안에 둥지를 튼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인재였다.

산시성의 발전은 우리에게도 기회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공장 투자를 계기로 시안은 중국 내 어느 다른 지역보다 한국 경제와의 긴밀도가 높은 도시로 다가오고 있다. 이강국 주(駐)시안 총영사는 “한국과 산시성의 교역량이 2013년 161.9% 증가한 데 이어 지난해에도 72.5%나 늘었다”며 “중국 정부의 일대일로 정책, 시안의 과학기술산업 능력 등을 감안하면 산시성과의 경제협력 공간은 더 넓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총영사관이 시안에 한국 국제학교를 설립하려는 이유다.

한우덕 중국연구소 소장 woody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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