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마디] "영원히 끝나지 않을 작업을 하는 것. 나는 이 일의 의미를 잘 모르겠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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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은 창문, 멈추지 않는 바람, 그 속에서 영원히 끝나지 않을 작업을 하는 것. 나는 이 일의 의미를 잘 모르겠어요."

-이와오카 히사에의 만화 『토성맨션』 중에서


요즘 읽고 있는 만화 『토성맨션』(전7권·세미콜론)에 나오는 대사입니다. 이야기의 배경은 지구 전체가 환경 보호 구역이 되어 아무도 살지 못하게 된 시대, 인류는 지구로부터 3만 5000m 상공에 토성의 고리와 비슷한 원통의 링 구조물을 만들어 그곳으로 이주합니다. 주인공 미쓰루는 그곳에서 구조물 외벽의 창을 닦는 일을 하는 소년입니다. 지구를 그리워하던 아버지는 같은 일을 하다 실종됐습니다. 그런 아버지의 흔적을 좇아 미쓰루는 창문닦이라는, 꼭 필요하지만 위험한 직업을 선택했죠.

암울한 미래 세계를 그리고 있지만 이야기는 의외로 소박합니다. 지구처럼 토성맨션에서도 사람들은 어디에 사는가에 따라 상층/중층/하층의 계급으로 나눠집니다. 창문을 닦아달라 의뢰하는 것은 주로 돈이 많은 상층의 거주민들입니다. 하층민인 미쓰루는 이들을 위해 창을 닦으며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묻죠. 나는 왜 창문을 닦는 일을 하는 걸까, 이 일에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라고.

실은 우리도 비슷합니다. 똑같은 사무실에서 비슷한 사람들과 에어컨 바람을 맞으며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작업을 되풀이하고 있죠. 당신은 지금 하고 있는 일의 의미를 찾으셨나요. 미쓰루가 토성맨션의 다양한 삶을 만나며 어떤 해답을 찾았는지 궁금하시다면, 직접 만화를 읽어보시길.

이영희 기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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