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현 11일, 서재응 12일 출격 "연속 일 낼거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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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구력의 사나이' 서재응(26.뉴욕 메츠)은 늘 염주를 찬다.

지난달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의 경기 도중 이 염주가 부정 부착물이라는 항의를 받고 곧바로 홈런을 맞는 불이익을 당하기도 했지만 염주에 대한 고집을 끝내 꺾지 않았다. 서재응은 염주를 빼서 홈런을 맞았다고 느낄는지도 모른다.

서재응은 12일 오전 9시5분(한국시간) 텍사스 레인저스를 상대로 시즌 4승 사냥에 나선다. 역시 그의 왼손에는 염주가 감겨 있을 것이다. 그가 염주를 각별히 아끼는데는 사연이 있다.

서재응의 부모는 경기 전날이면 꼭 집 근처의 절을 찾는다. 그리고 1백8배(百八拜)를 올린다. 부모는 염주알을 굴리며 이국땅에서 고군분투하는 아들에 대한 안쓰러운 마음을 달래고 아들은 염주알을 통해 부모님의 간절한 정성을 느낀다.

서재응은 귀국 때마다 염주를 너댓개씩 챙긴다. 격한 훈련으로 땀에 전 염주가 얼마 못가 끊어지기 때문이다.

1997년 말 미국으로 건너간 서재응은 마이너리그를 전전하다 2001년 팔꿈치 인대의 75%가 찢어져 수술을 받았다.

야구를 접을지도 모른다는 위기감 속에서 고통스러운 재활훈련을 받았다. 다시 공을 던지기까지 꼬박 1년이 걸렸다. 1백55㎞의 위력적인 직구의 속도가 1백37㎞로 뚝 떨어졌다. '강속구' 투수에서 '제구력' 투수로의 변신은 힘들었다. 밤새워 공을 던지고, 울고, 잠시 쉬었다가 또 던지고 할 때 염주는 항상 그와 함께 했다.

그래서 서재응의 염주는 종교적 물건이기에 앞서 고향의 부모가 보내는 애틋한 사랑이자 힘든 세월을 함께 버텨온 든든한 벗의 개념이다. 이제는 메이저리그 사람들도 서서히 서재응과 염주의 특별한 관계를 알아가고 있다.

한편 김병현(24.보스턴 레드삭스)은 11일 오전 8시5분 이적 후 첫 홈경기에서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를 상대로 시즌 3승에 도전한다.

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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