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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디언 브라스' 한여름밤 금빛 무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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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악 중에 기동성이 가장 뛰어난 앙상블은? 정답은 금관 5중주다. 언제 어디서나 날씨에 구애받지 않고 연주할 수 있는 전천후 팀워크를 자랑한다. 갑자기 비가 쏟아져도 악기가 망가질 우려도 없다.

1977년 중국과 수교한 캐나다가 토론토 오케스트라의 중국 순회공연 제의가 거절당하자 '캐나디안 브라스'를 '히든 카드'로 내놓아 대성공을 거둔 것도 특유의 기동성 때문이다.

미니 버스 한 대면 쉽게 이동할 수 있고 마이크 없이도 야외공연이 가능하다고 해서 중국 정부는 이 실내악단에 '포터블 팀'이라는 별명을 붙여 줬다.

올해 창단 33주년을 맞는 금관 5중주단 '캐나디안 브라스'(CB)가 다섯 차례 내한공연을 한다. 2000년에 이어 3년 만의 한국 무대다. 아시아 순회공연의 일환이 아니라 한국.캐나다 수교 30주년을 맞아 특별히 마련한 '캐나다 문화사절'의 한국 단독 공연이다.

이번 공연은 폭포수처럼 시원하고 장쾌한 화음과 밤하늘의 불꽃놀이처럼 화려한 금빛 음색으로 한여름밤의 더위를 식혀 줄 무대다. 그래서 클래식이 딱딱하고 지겹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겐 더없이 좋은 기회다.

정장 차림에 흰색 테니스화를 신고 무대에 등장한다고 해서 매너가 없다고 손가락질할 필요는 없다. 무대가 비좁게 느껴질 정도로 악기를 들고 움직이면서 무대 위를 뒹구는 등 코미디와 유머를 곁들인 무대를 연출하기 때문이다.

CB는 처음부터 끝까지 얌전히 무대에 앉아 음악만 연주하는 실내악단과는 다르다. 금관악기 특유의 기동성을 십분 발휘해 관객에게 보는 즐거움까지 선사하기 위해 몸을 던지는 것도 불사한다.

'튀는 무대'는 최고 수준의 연주 기량이 뒷받침해주기에 가능하다. CB는 바이올리니스트 장영주.길 샤함.기돈 크레머, 첼리스트 장한나.요요마 등이 소속돼 있는 세계 굴지의 매니지먼트사인 ICM에서 활동 중인 유일한 금관 앙상블이다.

소니 클래시컬.BMG 등에서 출시된 번스타인.브로드웨이 뮤지컬 등 50여장의 음반 목록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금관 5중주라는 새로운 실내악의 영역을 개척한 CB의 명성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CB는 금관 5중주의 살아있는 역사다. 뉴스위크지가 "CB와 함께 금관악기의 황금시대가 막이 올랐다"고 극찬한 것도 이 때문이다.

머리가 희끗희끗해진 유진 와츠(트럼본)와 찰스 댈렌바흐(튜바)가 33년째 창단 멤버로 자리를 지키고 있고 창단 30주년을 맞은 2000년을 기해 당시 30세의 라이언 앤서니.조 벅스탤러(트럼펫), 제프 넬슨(호른) 등을 '젊은 피'로 수혈해 연륜과 젊은 패기를 겸비한 앙상블로 거듭났다.

이번 내한공연은 방학을 맞아 온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클래식.재즈.팝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꾸며진다.

모두 지난해 선보인 새 음반 '어메이징 브라스'에 수록된 곡들이다. 파헬벨의'카논', 바흐의'토카타와 푸가 d단조', 헨델의'시바 여왕의 도착'등 귀에 익은 클래식을 색다른 편곡으로 선보이고 재즈의 창시자로 알려진 젤리 롤 모턴의'블랙 바텀 스텀프', 블루스의 아버지 W C 핸디의'세인트 루이스 블루스', 비틀스 메들리 등을 들려준다.

영화음악 '다이 하드''홀랜드 오퍼스'로 유명한 작곡가 마이클 케이먼에게 위촉한 '금관 5중주'(2002), 'P D Q 바흐'라는 별명으로 더 유명한 피터 쉬클리가 작곡한 코믹 음악'금관 5중주를 위한 말(馬) 오페라'도 눈길을 끈다. (www.canbrass.com)

◇공연일정=7월 18일 광양 백운아트홀, 19일 서울 포스코센터 아트리움, 20일 서울 호암아트홀(오후 5시. 8시 2회 공연), 21일 서울 현대자동차아트홀. 02-720-6633.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 금관5중주

트럼펫(2).호른(1).트럼본(1).튜바(1) 등 다섯 개의 금관악기로 구성된 앙상블. 장중하면서도 화려한 음색으로 축제 분위기를 자아내 실내 공연은 물론 야외 연주에도 잘 어울리는 다재다능한 실내악이다.

가장 덩치가 큰 튜바를 제외한 나머지 악기는 자유롭게 움직이면서 연주할 수 있어 다양한 무대 연출이 가능하다. 프로그램도 르네상스.바로크에서 현대음악, 클래식에서 팝.재즈.크리스마스 캐럴 등 시대와 장르를 넘나드는 크로스오버의 성격이 강하다.

가령 바흐의'토카타와 푸가', 무소르크스키의'전람회의 그림', 거슈윈의'랩소디 인 블루'등 오르간.관현악 등을 다채로운 편곡으로 연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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