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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 强者 입성…테헤란밸리가 꿈틀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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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벤처 신화의 부활을 꿈꾼다-.' 한때 한국 신흥경제의 1번지로 각광받다 거품처럼 꺼져버렸던 테헤란밸리에 벤처기업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고 있다.

과거 벤처기업들은 '묻지마 투자'에 힘입어 테헤란밸리에 밀물처럼 들어왔다 '멋대로 경영'으로 썰물처럼 떠났다. 하지만 이번엔 다르다. 손에 잡히는 실적과 튼실한 사업모델로 무장했다.

치열한 생존경쟁에서도 살아남아 경쟁력도 갖추었다. 차입경영에 의존하지도 않고 장밋빛 미래만을 제시하지도 않는다.

벤처기업들의 이번 테헤란밸리행이 주목을 끄는 이유다. 테헤란밸리는 '새로운 신화'를 만들려는 벤처기업들로 다시금 꿈틀대고 있다.

◆테헤란로 주요 IT기업들 이미지 크게보기

#부활의 꿈, IT 메카로

서울 강남을 관통하는 테헤란로의 중심인 역삼역. 2번 출구로 나오면 지상 45층 규모의 초현대식 인텔리전트 빌딩 '스타타워'가 나온다. 이름에 걸맞게 이 빌딩에는 잘 나가는 국내외 기업들이 잇따라 입주해 있다.

1층 로비의 모니터에 표시된 입주사 리스트에는 내로라하는 IT기업들의 이름이 한눈에 들어온다. 코스닥의 황제주로 각광받는 NHN(7, 8, 28층)과 여행사이트 웹투어(13층), 전문 음악사이트 벅스뮤직(18층), PC 주변기기업체 한국엡손(27층) 그리고 통신업체 어바이어(12층) 등-.

테헤란로를 둘러싼 다른 빌딩들에도 알짜배기 IT기업들이 속속 둥지를 틀었다.

검색서비스 업체 오버추어와 게임벤처 진인소프트가 각각 강남역 주변의 캠브리지 빌딩과 하이테크빌딩에 입주했다. 휴대전화 벨소리업체인 다날이 역삼역 인근 로담코타워로 사무실을 옮겼으며, 게임업체 싸이미디어와 네오플도 강남역과 삼성역 인근 빌딩으로 이전했다. 인터넷경매업체 옥션은 최근 완공된 교보생명 강남신사옥으로 8월 이사할 예정이다.

스타타워 임대업체인 스타PMC의 박창석 리징팀장은 "유망 IT기업들이 하나 둘씩 이 곳에 입주하면서 임대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웹투어 한재철 사장도 "최근 테헤란로의 경제활동이 다시 활기를 띠는 느낌"이라며 "상가, 음식점 주인들의 얼굴이 밝아졌다"고 전했다.

#강자만이 살아남는다

벤처기업들이 몰리는 것은 과거와 비슷하지만 속내는 딴판이다. 최근 불고 있는 인수.합병(M&A) 열풍이 그 차이다. 과거처럼 장밋빛 미래가치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을 이젠 누구나 알고 있다.

강자만이 살아남는다. 약자는 경영권을 넘기고, 강자는 약자를 인수해 몸집을 불린다. 지금 테헤란밸리는 '정글의 법칙'이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달 초 휴대전화 인터넷업체 SK커뮤니케이션즈는 커뮤니티를 강화하려고 싸이월드를 인수했다. 지난달에는 아바타 업체 네오위즈가 게임업체 타프시스템을 사들인 데 이어 게임업체 넷마블이 모회사 플레너스와 합병키로 했고, NHN이 쿠쿠커뮤니케이션즈를 샀다.

검색서비스 엠파스로 코스닥 진입을 앞둔 지식발전소는 "돈되는 기업은 얼마든지 사들이겠다"며 공식적으로 M&A를 선언했다. 여기다 한컴.나모인터액티브.인티즌 등이 새로운 수익모델 창출을 위해 유망벤처 인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넷마블의 방준혁 사장은 "플레너스와 1대 1 합병은 온-오프간 연합 전선을 구축해 국내 최강의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만드는 작업"이라며 "이처럼 '윈-윈'식 선순환 M&A가 앞으론 건전한 벤처 문화로 부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흥순 벤처기업협회장은 "현재의 M&A 열풍은 건전한 벤처 강자를 만드는 과정"이라며 "정부가 제도적인 지원까지 추진 중이라 앞으로 M&A는 더욱 활성화 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 제 2의 도약을 꿈꾼다

9일 밤 9시 서울 역삼동 스타타워 8층 NHN 무선개발팀. 테헤란로가 한 눈에 보이는 창문 바깥에는 이미 어둠이 깔려 있지만 배수길 팀장(32)등 젊은 직원들은 무선인터넷게임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얼핏 책상 위에 놓인 수십여개의 휴대전화를 잡고 게임을 즐기는 듯 하다. 하지만 이들에겐 새로운 수익원을 일궈내는 힘든 작업이다. 오는 9월께 아케이드 창작 게임을 출시하기 위해 테스트 작업 중이다.

무선인터넷 게임은 휴대전화 서비스업체마다, 제조업체의 단말기마다 게임 환경이 달라야 하기때문에 하루종일 일해도 시간이 모자란다고 이들은 입을 모았다.

배팀장은 "요즘 벤처기업마다 돈을 벌 수 있다는 분위기가 돌면서 활기가 넘친다"며 "특히 동종업체 친구들을 만나면 서로 정보를 탐색하는 등 경쟁이 예전 벤처 열풍시대 못지 않게 치열하다"고 말했다.

NHN 직원들이 코스닥 등록 덕분에 스톡옵션과 우리사주 등으로 직원당 약 1억원정도의 수익을 올리고, 넷마블 직원들이 플레너스 주주가 되면서 5천만~6천만원의 평가차익을 올릴 것이란 입소문은 다른 벤처기업 임직원들을 자극하고 있다.

김형순 로커스 사장은 "미래에 대한 희망이 있는 한, 대박의 꿈이 사라지지 않는 한 테헤란밸리의 불은 꺼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원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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