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한국 맛 매울 거야, 손수건들 챙겨 오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4면

‘축구 사국지(四國志)’가 펼쳐진다.

 한국·중국·일본·북한 남녀 축구대표팀이 8월 1일부터 9일까지 중국 우한에서 열리는 2015 동아시안컵(JTBC 단독 생중계)에서 맞붙는다. 올해로 6회째를 맞는 동아시안컵은 한·중·일 3개국이 2003년부터 2~3년 주기로 개최하는 대회다. 한·중·일 3개국에 예선을 통과한 1개국이 가세한다. 이번 대회는 북한이 올라왔다. 각 팀이 한 차례씩 맞붙는 풀리그 방식이다. 한국 남자팀은 2003년과 2008년 우승했다.

 동아시안컵은 국제축구연맹 공인 A매치에 포함되지 않는다. 손흥민(23·레버쿠젠) 등 유럽파 차출이 어렵다. 그래서 이정협(24·상주) 등 국내파가 주축이다. 하지만 한·중·일·북은 정치·경제·사회 뿐만 아니라 축구에서도 얽히고 설켜 있다.

 한국은 일본과 역대 전적에서 40승22무14패로 앞서 있지만 2010년 이후엔 2무2패로 열세다. 일본 감독은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알제리를 이끌고 우리나라에 2-4 참패를 안긴 바히드 할릴호지치(62)다.

 부임 후 첫 한·일전을 치르는 한국팀 울리 슈틸리케(61) 감독은 “축구에서 복수심을 갖고 경기를 준비하면 고유 색깔을 잃을 수 있다”고 말했지만, 축구팬들은 설욕을 기대하고 있다. 공격수 김신욱(27·울산)은 “일본이 알제리만큼 개인 능력을 갖췄다고 보지 않는다”며 한·일전 필승을 다짐했다.

 지난 3월 일본을 맡은 할릴호지치 감독은 “체지방 12%가 넘는 선수는 뽑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군대식 규율을 강조하고 있다. 또 “1m 압박과 1m20cm 압박은 큰 차이를 만든다”며 압박과 투쟁심을 고취한다.

 부임 후 3연승을 달린 할릴호지치 감독은 지난 6월 싱가포르(154위)를 상대로 슈팅 23개를 날리고도 득점없이 비겨 일본 언론의 맹비난을 받았다. 할릴호지치 감독은 “한국과 중국·북한 모두 일본에 적대감을 갖고 있다. 일본도 몸으로 맞서야 한다”고 밝혔다. 일본의 기대주는 우사미 다카시(23·감바 오사카)다. 그는 19세에 독일 명문 바이에른 뮌헨으로 임대됐던 선수다. 독일에서 큰 재미를 보진 못했지만 올 시즌 J리그 득점 선두(16골)다.

27일 파주 대표팀트레이닝센터에 소집된 축구대표 팀. 31일 중국 우한으로 출국한다. [파주=뉴시스]

 최근 ‘축구광’ 시진핑(62) 국가주석과 함께 급성장한 중국과의 대결도 흥미진진하다. 한국은 1978년부터 중국을 상대로 16승11무로 절대 우세였다. 하지만 중국은 2010년 동아시안컵에서 한국을 3-0으로 꺾고 공한증(恐韓症)을 깼다.

 중국 프로축구는 올 여름 브라질 국가대표 호비뉴(31·광저우 헝다) 등을 영입하면서 1억 유로(약 1283억원)를 쏟아부었다. 루이스 스콜라리(67·브라질) 광저우 헝다 감독 등 세계적 명장들도 데려왔다. 시진핑 주석이 ‘축구 굴기(축구를 일으켜 세운다)’를 강조한 이후 중국 부동산 재벌들이 막대한 자금을 축구에 퍼붓고 있다.

 중국 정부의 ‘한 가정 한 자녀’ 정책 하에 ‘소황제’로 자란 중국 선수들은 이기적인 플레이를 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엔 ‘중국의 박지성’이라 불리는 정즈(35·광저우 헝다)가 박지성처럼 헌신적인 플레이를 펼쳐 팀을 하나로 만들었다. 알랑 페렝(59) 중국 감독은 지난 1월 호주 아시안컵 8강을 앞두고 “한국보다 호주를 더 피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 선수들은 “한국 축구가 언제부터 이런 취급을 당했냐”며 중국전을 벼르고 있다.

 북한과는 6년 만에 맞대결이다. 한국은 지난 2009년 남아공 월드컵 아시아 예선에서 북한에 1-0으로 승리했다. 올 1월 아시안컵에서 3전 전패로 탈락했던 북한은 5월 김창복 감독을 선임했다. 이후 북한은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에서 2연승을 달리고 있다.

 북한은 2013년 평양에 국제축구학교를 열었고, 축구 유망주들을 스페인과 이탈리아 등에 유학 보내 선진축구를 받아들이고 있다. ‘인민 루니’ 정대세(31)가 빠진 북한에는 박광룡(23)이 있다. 2011년 스위스 바젤에 입단해 스위스 파두츠로 임대된 박광룡은 디디에 드록바(37·코트디부아르)에 빗대 ‘인민 드록바’라 불린다. 볼 다루는 센스가 뛰어나고 골 결정력도 갖췄다.

 지난해 북한과 아시안게임 결승에서 연장 종료 직전 결승골을 넣은 임창우(울산)는 “북한 선수들이 안 보이는데서 걷어차고, ‘너희들 축구하기 싫으니’ 등의 험악한 말을 했다”고 귀띔했다. 또 한 번 치열한 남북대결이 예상된다.

 한편 2015 캐나다 여자월드컵 16강에 오른 한국 여자대표팀(FIFA랭킹 17위)도 동아시안컵에서 일본(4위)·북한(8위)·중국(14위)과 맞붙는다. JTBC가 한국 남녀팀 전 경기를 생중계한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