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시즌' 두산 김재호 "보양식 먹기, 힘들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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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양식 먹기가 세상에서 제일 힘들었어요."

프로야구 두산 유격수 김재호(30)가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김재호는 27일 현재 타율 0.331로 이 부문 10위에 올라 있다. 유격수 중 가장 높은 타율이다. 9번 타자지만 중심 타선의 역할도 하고 있다. 26일 창원에서 열린 NC전에서는 8회 초 결승타를 쳐 7-5 승리를 이끌었다. 이 결승타로 두산은 NC를 끌어내리고 2위(50승37패)를 탈환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김재호가 기대보다 더 잘하고 있다"며 전반기 야수 최우수선수(MVP)로 꼽았다.

지난 2004년 신인 1차지명으로 두산 유니폼을 입은 김재호는 탄탄한 수비력으로 주목받았다. 공격에서는 선구안이 좋은 교타자였다. 김재호는 손시헌(NC)의 백업 선수로 시작해 2013년 후반기부터 주전 유격수 자리를 꿰찼다. 그 해 프로 데뷔 첫 3할(0.315)을 기록했지만 규정타석을 채우지 못했다. 풀타임 주전을 처음 해 본 지난 시즌 초반엔 3할을 치면서 상승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더운 여름에 들어서자 타율이 1할대까지 쑥 내려가 0.252로 시즌을 마감했다.

아무리 먹어도 살이 안 찌는 체질인 김재호는 '종이 몸매'였다. 너무 호리호리해서 안정감이 떨어지는 게 단점이었다. 체력도 부족했다. 김재호는 지난해 풀타임 주전을 처음 해보면서 체력 부족을 절감했고 체중을 늘리기로 결정했다. 겨우내 보양식을 먹고 웨이트 트레이닝에 집중했다. 몸무게 75㎏에서 85㎏까지 찌웠다. 김재호는 "매 끼니 장어·삼계탕 등 보양식을 먹었다. 원래 보양식을 별로 안 좋아하는데 먹느라 무척 힘들었다"고 말했다.

시즌을 치르면서 4㎏ 정도가 빠졌지만 겨우내 쌓아놓은 체력이 아직 거뜬하다. 더위가 시작된 7월에도 타율 0.315를 기록하며 꾸준한 타격 페이스를 유지하고 있다. 김재호는 "올해는 타구가 더 빨라졌고,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타격 스타일을 바꾸고 있는데 안타가 잘 나오고 있다"며 "작년에는 여름에 체력이 확 떨어졌는데 올해는 다르다. 7월을 잘 보냈으니 8월만 잘 보내면 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생애 최초 골든글러브 수상 가능성도 높아졌다. 지난 3년간 골든글러브 유격수 부문은 강정호(피츠버그 파이리츠) 차지였다. 강정호가 메이저리그로 떠나면서 유격수 부문이 무주공산이 됐다. 김재호를 비롯해 김상수(삼성), 오지환(LG), 김하성(넥센) 등이 치열하게 경쟁 중이다. 김재호는 "올 시즌이 좋은 기회인 것 같다"고 했지만 "자꾸 상을 생각하면 조바심이 난다. 시즌이 끝날 때까지 수상 생각은 접고 지금 페이스를 유지하는 데 힘쓰겠다"고 말했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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